美 가상자산 진흥 정책 기대감 커져
‘큰손’ 줄어 시총은 95조원으로 주춤
“증시보다 변동성 3배, 신중 접근을”국내에서 가상자산 투자자 수가 1000만 명을 처음으로 돌파했지만 1억 원 이상의 코인을 보유한 이른바 ‘고래 투자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국내 주식시장보다 3배가량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 수가 늘어난 것은 미국의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6일(현지 시간) 당선이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고,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올 7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이른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통과시킨 점도 코인 투자를 자극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는 30대가 300만 명, 40대가 292만 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55%)을 차지했다. 30대 남성 이용자 수가 203만 명에 달할 정도로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편이었다. 전체 이용자 10명 중 7명은 50만 원 미만의 코인을 보유했다. 1억 원 이상 보유한 이용자는 18만2300명(1.7%)으로 지난해 말(22만200명) 대비 17.2%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기관들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했지만, 개인들의 투자심리 악화로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가격이 혼조세를 보이면서 1억 원 이상의 고래 투자자들이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체 코인 투자자는 늘었지만 ‘큰손’들이 줄다 보니 시장 규모는 줄었다. 6월 말 기준 국내 시장의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95조1000억 원으로 작년 말(110조5000억 원) 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4815조 원에서 4473조 원으로 7% 줄어들었다. 국내 시장의 감소 폭이 세계 시장의 감소 폭 대비 2배가량 컸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에 섣불리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일반 주식시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가상자산의 최고점 대비 가격 하락률은 평균 72%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27.0%), 코스닥(20.7%)의 약 3배에 달했다.
강동현 코빗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우려만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9월 고용지표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정책도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