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등기기록 날아가 취소 차질… 요청 않던 서류 요구에 불편 가중
“불안하다” 부동산 계약 연기하기도… 온라인 마비에 현장 찾아 업무 처리
일부 시스템 복구 ‘민원 대란’은 피해
29일 오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부산도시공사의 전산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공사 관계자는 “로그인 간편인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청약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도시공사는 간편인증 서비스가 복구되는 대로 다시 시민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이후 첫 평일 전국 곳곳에선 시민 불편과 혼란이 이어졌다.
● 평일 오전부터 혼란… 주택 계약 연기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을 방문한 직장인 임모 씨는 오전 내내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지난주 금요일 늦은 시간에 보낸 등기를 사정상 취소해야 하는데 주말 화재로 기록이 날아가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임 씨는 “등기를 취소하려면 카드 내역을 확인해야 하는데 전산이 날아가서 시간이 지체됐다”며 “업무상 큰 차질이 생길 뻔했다”고 말했다. 무인민원발급기 등이 정상 작동하지 않은 곳들에선 혼란이 발생했지만 오전 10시를 넘어서며 대부분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다만 일부 현장에선 기존엔 요청하지 않던 서류를 요구해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청에서 만난 자동차 영업사원은 “원래 업무상 차량을 등록할 때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지 않는데, 오늘은 (구청에서) 갑자기 요청했다”며 “이것 때문에 방금 전까지 고객에게 (등본을) 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을 방문한 시민들도 신분증 확인이 안 돼 불편을 겪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 중인 박모 씨(76)는 이날 오전 공과금을 내고 추석 연휴 때 손녀에게 용돈을 주기 위해 집 인근의 은행을 방문했다. 하지만 실물 주민등록증으로 신원 확인을 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그는 “전산 화재로 주민등록증을 통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니 (은행 직원이)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하더라”며 “결국 집에 가서 운전면허증을 갖고 다시 지점에 방문했다”고 했다.
부동산 계약도 연기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3차 아파트 전용면적 84㎡를 계약하려던 한 30대 남성은 계약을 무기한 연기했다. 매매를 중개했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매하려던 아파트가 60억 원에 이르는데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약을 어떻게 하겠나”라며 “매매 계약이 거의 다 멈춰 섰다”고 말했다.
● 소상공인 지원 업무도 한때 마비
광주 북구 광주영락공원 화장장에서는 이날 유족 3명이 직접 시설을 방문해 대면 접수에 나섰다. 온라인 시스템 복구가 늦어지자 장례를 제대로 하지 못할까 불안해 직접 방문을 선택했다. 공원 관계자는 “(방문한 3인 외에도) 화장을 제때 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온라인 시스템이 없어) 직원들이 전화기로 하루 30건 넘는 화장을 처리 중”이라고 했다.
국세청, 정부24 등에서 사업자의 휴·폐업, 정상 영업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되자 서울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비대면 대출 보증 업무가 한때 중단됐다. 영업점 방문 고객들이 이용하는 디지털 창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서비스가 먹통을 겪었으며 오후 4시 무렵에야 전면 재개됐다. 이에 추석을 앞두고 긴급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신보 관계자는 “정부24는 빠르게 복구됐지만 국세청 ‘홈택스’의 정상화가 지연돼 일부 업무가 중단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의 경우 통상(일반 편지), 소포, 국제우편 등의 우편물 접수 등 서비스를 복구했다. 다만 신선식품, 착불소포, 안심소포, 미국행 EMS, 수탁상품(수입인지, 알뜰폰 등) 등은 당분간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상태다. 우체국 쇼핑, 인터넷우체국 신규 회원가입, 계약등기 등 외부기관 연계 접수 등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시스템 복구가 늦어질수록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 씨(60)는 “부산에 사는 친척에게 과일을 보내려고 해도 (복구가 안 돼) 못 보내고 있다”며 “추석 때 방문도 못 하는 상황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