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아 집 사라' 유튜브 발언, 나흘 만에 사과
여당서도 "사퇴' 요구…국토위 국감서도 논란
이상경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 최선"…사퇴 요구 무대응[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울 전역 등에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를 전면 금지해놓고 ‘돈 모아서 집 사라’는 말로 국민들의 성난 민심을 자극했던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정작 본인의 배우자가 작년 갭투자로 판교 아파트를 산 것이 드러난 데다 여당 의원의 사퇴 요구까지 나온 이후 이뤄진 사과다.
이 차관은 똘똘한 한 채와 갭투자를 통해 1년간 판교 아파트에서만 6억원 넘게 자산이 불어났다. 다만 이날 대국민 사과는 2분도 안 돼 끝이 났다. 이 차관은 사퇴 요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택 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퇴 거부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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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시작은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차관은 19일 유튜브 ‘부읽남’에 출연해 “나중에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며 “만약 집값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되면 소득이 오르고 자산이 쌓인 뒤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10.15대책으로 20일부터 서울 25개 자치구와 과천, 분당 등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갭투자가 전면 중단되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6.27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데다 10.15대책으로 주택 시세에 따라 4억원, 2억원으로 추가 축소된 상황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빌릴 수 있는 대출액은 더 줄어든다.
문제는 이 차관 말대로 소득만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가계 3분위 연간 소득 대비 3분위 주택 가격을 비교한 값)이 6월 기준 10.3배에 달한다. 10년 이상 한 푼도 안 쓰고 돈을 모아야 서울에 중간 정도 가격의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일주일 새 1억원씩 오르는 집값이기 때문에 대출 없이 소득을 모아서 집을 사라는 이 차관의 발언은 뜬구름 없는 소리에 불과했다.
성난 민심을 더 크게 불태운 것은 정작 본인의 투자 행태다. 대국민을 상대로 서울 등의 갭투자를 막아놓고 정작 그는 갭투자 등을 통해 재산을 불렸기 때문이다. 이 차관 배우자 한 모 씨는 불과 작년 7월말,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17㎡규모 아파트를 33억 5000만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그 뒤 12월 잔금을 치르기 전, 14억 8000만원의 전세계약을 맺는다. 해당 전세보증금은 아파트 잔금을 치르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 바 ‘갭투자’를 시행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갭투자를 할 만큼 자산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배우자의 사업용 계좌를 포함, 예금만 29억원 가까이 있었다.
자신의 기존 아파트를 매도하는 데도 갭투자가 활용됐다. 이 차관은 2017년 분양받은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판교밸리호반써밋 84㎡ 아파트에 2019년 입주, 올해 6월초 해당 아파트를 갭투자자에게 매도한 후 본인이 그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차관은 추가로 주택을 매수해야 했을까. 백현동 아파트와 고등동 아파트간 거리는 자동차로 고작 12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똘똘한 한 채’를 위해 상급지로 갈아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아파트는 그가 매수한 후 약 1년이 지난 올해 6월, 40억원에 거래돼 6억 5000만원이 올랐다. 기존 그가 보유했던 고등동 아파트는 그 사이 시세가 1억원도 채 오르지 못했다.
이런 행위가 논란이 되자 이 차관은 이날 국토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 (10.15대책을) 소상시 설명하고자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는데 대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생활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국민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 모두 ‘사퇴’ 요구…이상경, 무대응
이 차관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 차관의 사과가 나오기 전인, 이날 아침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차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 말초 신경을, 아주 비위를 상하게 그 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차관의 발언 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이 이 차관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토부 산하기관 9곳에 대한 국감 진행이 지연됐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갭투자를 근절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정작 이 차관은 백현동 아파트를 29억원 가까운 현금을 두고도 갭투자했다”며 “이 차관 사퇴 촉구로 결의를 모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차관은 사퇴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이 차관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앞으로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서 주택 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퇴 요구에 대해선 대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