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100명 vs 트롯 이찬원…CJ·롯데, 홈쇼핑 ‘세대 전쟁’ 맞불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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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광클절’·CJ ‘컴온스타일’…연중 최대 행사 돌입
CJ온스타일, 셀럽 100인, MZ 공략·콘텐츠 커머스 강화
롯데홈쇼핑, 이찬원 등 트롯 콘서트로 5060 충성층 결집
시청층 감소·송출료 부담 속 양사 생존 전략 엇갈려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국내 양대 홈쇼핑 사업자가 같은 시기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CJ온스타일은 셀럽(유명인)과 인플루언서를 내세워 ‘젊은 감성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롯데홈쇼핑은 트롯 콘서트를 앞세워 5060 전통 여성층이라는 핵심 고객군 결속에 나섰다. 같은 업태이지만 ‘누구를 위한 홈쇼핑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완전히 갈라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과 롯데홈쇼핑은 각각 지난 17일과 16일, 대형 쇼핑 축제 ‘컴온스타일’과 ‘광클절’을 잇달아 열었다. 각각 오는 26일까지 10~11일간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두 회사의 연중 최대 규모 할인전으로, 사실상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승부처다. 그러나 접근법은 극명히 갈린다. CJ온스타일은 홈쇼핑의 틀을 깨고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중심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며, 롯데홈쇼핑은 중장년 여성층에 최적화된 체험형 마케팅으로 안정적 매출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11월 일산 킨텍스에서 업계 최초로 선보인 대규모 ‘광클콘서트’ 현장 사진 (사진=롯데홈쇼핑)
‘셀럽 100인’ vs ‘트롯 8인’…세대 갈라진 쇼핑 전략

CJ온스타일은 ‘셀럽 100인이 추천하는 요즘 잘산템’을 내세운 ‘컴온스타일’을 통해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간판 프로그램의 얼굴인 기은세·유인나·박세리·최화정·강주은을 비롯해 채정안(채컬렉티브)과 이사배(투슬래시포) 등 브랜드 디렉터형 셀럽까지 참여시켜 리스트를 구성했다. 셀럽의 취향과 사용 후기를 짧은 숏폼 콘텐츠로 재가공하고, 라방(라이브방송)을 통해 실시간 반응을 유도하는 등 전통 TV홈쇼핑과는 결이 다른 콘텐츠 커머스 전략이 중심이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브랜드 협업도 강화됐다.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의 대표 캐릭터 라부부·몰리·크라이베이비 등 10종을 한정 판매하고, 나이키 공식 수입 상품에는 ‘바로도착’ 서비스를 처음 적용해 오후 1시 이전 주문 시 당일 배송을 보장한다. 요즘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상품을 큐레이션해 ‘홈쇼핑의 젊은 감각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홈쇼핑을 넘어 재미있는 콘텐츠와 트렌드 큐레이션이 결합된 대표 쇼핑 페스타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사진=CJ온스타일)
반면 롯데홈쇼핑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광클절’을 통해 충성 고객층 결집에 나섰다. 핵심은 50·60대 여성을 위한 ‘광클콘서트’다. 지난해 첫 개최 때 40만건의 응모가 몰렸고, 응모자의 60% 이상이 50·60대였다. 올해는 장윤정·이찬원·박서진·진해성 등 인기 가수 8명을 내세워 6000명을 초청한다. 행사기간 제품 구매 고객에게 응모권을 제공하며 추첨을 통해 콘서트 초청자를 선정한다. 공연과 쇼핑을 결합한 ‘감성 마케팅’으로 중장년층 충성도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구매 사은품도 중년 여성 맞춤형 혜택으로도 차별화를 꾀했다. 고객 평가단을 거쳐 구성된 경품에는 ‘에르메스 바디세트’, ‘웨지우드 트레이’, ‘모슈 테이블팟’ 등 5060 여성 취향을 겨냥한 품목이 포함됐다. 행사기간 매일 3만원 쇼핑 지원금과 카드 할인, 엘포인트 최대 100배 적립 등 혜택도 제공한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트롯 콘서트가 고객 호응을 얻으며 ‘광클절’을 대표 쇼핑 축제로 성장시켰다”며 “올해는 공연과 이벤트를 한층 풍성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11월 일산 킨텍스에서 업계 최초로 선보인 대규모 ‘광클콘서트’ 현장 사진 (사진=롯데홈쇼핑)
‘익숙함’의 롯데 vs ‘새로움’의 CJ…홈쇼핑 변곡점

같은 홈쇼핑 사업자지만 노선은 정반대인 셈이다. 롯데홈쇼핑은 중장년층 충성 고객 기반을 유지하며 실속형 이벤트로 매출을 지탱하고 있다. 반면 CJ온스타일은 ‘홈쇼핑’의 틀을 벗고 셀럽·콘텐츠 중심의 커머스 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롯데는 기존 고객에 최적화된 전략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지만, 미래 고객 창출이 과제로 남는다. CJ온스타일은 MZ세대 공략으로 성장동력을 노리지만, 홈쇼핑과 네이버 카카오 등 강력한 대형 플랫폼과의 사이에서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

이들의 행보는 홈쇼핑 산업이 맞이한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시청층은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채널 ‘자릿세’인 송출 수수료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개 홈쇼핑사의 방송 매출 2조 2468억원 중 73%(1조 9364억원)가 송출 수수료로 지출됐다. 고정비 부담이 커진 구조 속에서 고객층 세분화, 디지털 전환이 이제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은 더이상 일방향 방송이 아니라, 세대별 맞춤 경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라며 “CJ온스타일은 새로운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려 하고, 롯데홈쇼핑은 충성 고객의 결속을 강화하려 한다. 두 노선은 각자가 처한 현실과 리스크를 반영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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