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규제지역 문의 급증…중개업소 “발품 늘었다”
집주인도 수요자도 가격 상승 기대감에 동요
전문가 “불가피한 풍선효과 가능성…거래절벽 변수”[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입지가 좋은 단지는 지난 주말부터 매수자들이 직접 발품을 팔고 있어요. 단순히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문의하는 걸 넘어서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고요. 이 때문에 호가를 올리겠다는 집주인들의 문의 전화도 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10·15 부동산 정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모두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는 초고강도 규제책을 내놓으며 풍선효과 확산을 막기 위해 광범위한 규제를 적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규제 직후 이를 피한 경기 구리·남양주·화성 동탄 등 비규제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일부 단지 호가가 1억원 가량 뛰고, 물건이 있는지 문의가 이어지는 등 매수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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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와 동탄은 서울 접근성이 높고 입주 물량이 적은 데다 교통망과 택지개발, 정비사업 등이 맞물린 ‘호재 지역’임에도 이번 규제를 빗겨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가격 반등 기대감이 커지자 매수 시점을 재고 있던 수요자들의 마음은 급해졌다. 구리 지역의 매물을 보고 있다는 실수요자인 최모(32)씨는 “가격대나 직장 접근성을 고려해 서울·경기 동남권에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주요 지역이 규제로 묶이면서 남은 선택지가 별로 없게 됐다”며 “무리해서라도 지금 나와 있는 매물을 검토 중인데,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아서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던 매도인들은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계약금 입금 계좌를 알려주지 않고 시간을 버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탄호수 인근 아파트를 보유한 김모(40)씨는 “최근 호가가 전반적으로 2000만~3000만원가량 올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대책으로 동탄이 규제지역 바로 옆 동네가 되면서 기대심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거래가 체결되는 추이를 보고 매도를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전면적인 급등세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심상찮다. 이들 지역은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 흐름을 이어온 곳으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는 10월 둘째 주(13일 기준) 0.43% 상승하며 연중 누적 상승폭을 키웠다. 남양주(0.15%)와 구리(0.10%) 역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규제지역을 피해 이동하는 풍선효과 때문에 경기 외곽이나 입주 물량이 부족한 지역, 교통망 개선이나 정비사업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수도권 지역으로 수요가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비규제지역 집값이 단기간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당분간은 호가 위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비규제지역이 차선지로 인식돼온 만큼 보유자는 내놓지 않고 동향을 살피고 수요자는 규제지역을 우선 고려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는 규제지역 중심의 관망세가 유지되겠지만, 이후 시장 반응이 오면 비규제지역 거래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