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리 '동결' 확실시…금리인하기 종료 관측도
소수의견·총재 간담회 통한 선제적 시장 안내에 '주목'[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수도권 집값은 가계부채의 선행지표이자 주거비(물가) 측면에서 기준금리 결정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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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이번달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11명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동결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을 전환한 이후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과 5월에 기준금리를 25bp(1bp= 0.01%포인트)씩 내린 이후 지난 7월과 8월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까지 동결하면 3회 연속 금리를 연 2.5%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직전 기준금리 결정 당시인 8월 회의 직후만 해도 시장에서는 다음 금리 결정 시기인 이번달에는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금통위가 경기를 고려해 금리 추가 인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집값 상승 기대감을 부추기지 않겠다며 금리를 동결하면서다. 정부 역시 집값 안정 의지를 수차례 확인하면서 10월에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서 금리 인하 여건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금리 인하 기대가 뒤집힌 것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수도권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8월 금통위 회의 이후만 해도 9·7 대책과 10·15 대책 등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방안이 나왔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오름폭을 키웠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을 어렵게 하는 변수는 또 있다.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와 미국 관세 정책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로 환율은 한 달 가까이 1400원대를 웃돌고 있다. 내국인 해외 투자 증가와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등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실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난 점도 환율 하단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집값과 환율이 모두 고공 행진하면서 한은의 2대 책무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한은의 금리인하기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따라 이날도 기준금리 결정 자체보다는 통화정책방향문과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한은의 평가와 전망, 소수의견과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금리 전망을 통해 제시될 선제적 시장 안내(포워드 가이던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연내 혹은 늦어도 내년 1분기 중에는 한 차례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금리 인하 재개 시점으로는 다음달(11월)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금리 인하 지연이나 종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편, 학계와 한은 내부에서는 “이미 이자율 수준이 너무 낮다”며 추가 인하 필요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