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국 ‘저가 구매’ 여부 조사…새 관세 부과 근거
오젬픽 등 체중 감량약 사례로 ‘가격 불공정’ 지적[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자국 내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교역 상대국을 상대로 새로운 무역 조사를 준비 중이라고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약값으로 지불한다”며 지적해 왔다. 그는 최근 “런던에서는 어떤 약을 130달러에 살 수 있지만, 뉴욕에서는 같은 약이 1300달러”라며 체중 감량약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약값이 주요 선진국 평균의 약 3배 수준이다.
연구기관 랜드(Rand)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체중 감량약 ‘오젬픽’은 미국에서 한 달치가 936달러인 반면, 캐나다는 147달러, 프랑스는 83달러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는 백악관이 선택한 어떤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어, 무역 긴장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중국과의 무역전쟁뿐 아니라 유럽, 북미, 아시아 동맹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광범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제약사들에 “미국에도 세계 최저가를 적용하라”고 요구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일부 제품 가격을 낮추는 협정을 체결했고,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도 백악관과 가격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 제약 수입품에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했으며, 영국과는 관세율 조정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영국 협상단은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낮은 관세를 확보하는 대신 영국이 제약사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브랜드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으나, 해당 조치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