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면 만남 진행 없다” 입장 변화
우 “현 전선”vs 러 “돈바스 전체” 평행선[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헝가리 정상회담이 연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신속한 종전을 압박하고 있음에도 영토 문제 등으로 휴전 합의 근접하지 못하면서 정상회담 일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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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연기에 대해 “시간 낭비가 되는 회담을 하고 싶지 않다”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틀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크렘린궁 역시 “양측 모두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진지한 준비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영토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전선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평화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러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하지 못한 지역까지 포함해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전체에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루한스크 전역과 인접한 도네츠크 지역의 약 75%를 통제하고 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지난 주말 미국에 비공식 외교 문서를 전달해 이 같은 자신들의 조건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 같은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달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비공개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전쟁에서 지고 있다. 푸틴이 원하면 당신을 파멸할 것”이라며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강요하는 등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주요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현재 전선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돈바스 포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인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이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우회적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기 위해 이날 급히 방미길에 나섰다.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정상회담 진행을 꺼릴 것이라는 신호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유럽의 두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원했고, 미국은 부다페스트에서 얻을 수 있는 합의가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러시아는 전혀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현 위치에서 멈추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아마 라브로프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자 루비오가 ‘그럼 다음에 보자’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