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도약 원년’…셀러·고객·기술 3대 축 재편
라자다 제휴 동남아 진출, 5년내 연 거래액 1조 목표
AI·데이터 기반 플랫폼 진화…"보안·상생 모두 강화"[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지마켓의 사업영역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K대표 이커머스’로 도약하겠습니다. 연간 7000억원을 투입해 거래액을 두 배로 늘리고,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습니다. K상품을 전 세계로 잇는 ‘K커머스 수출 허브’가 목표입니다.”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
신세계그룹 지마켓이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바바와 손잡고 재도약에 나섰다. 지마켓은 2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에서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새 비전 ‘글로벌-로컬 마켓’ 전략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지마켓은 내년을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2030년까지 거래액(GMV)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다. 쿠팡과 네이버(NAVER(035420))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구상해온 ‘이커머스 삼국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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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은 이번 비전에 따라 연간 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주요 항목은 △셀러 성장 지원(5000억원) △고객 혜택 확대(1000억원) △AI 기반 기술 고도화(1000억원)다. 특히 할인쿠폰 수수료 폐지, 신규 셀러 제로수수료 도입, 중소 셀러 전담조직 신설 등 판매자 부담을 줄이는 구조 개편이 핵심이다. 지마켓은 앞서 20일에도 입점 셀러 대상 오프라인 설명회를 열며 사전 공감대 확보에 나섰다.
입점만으로 물류·CS·번역·세금·규제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원스톱 서비스도 구축한다. 이민규 지마켓 영업본부장은 “기존 셀러엔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신규 셀러엔 맞춤형 성장 인프라를 제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중소 셀러 전담조직 ‘AM 조직’을 신설하고, 빅스마일데이 등 대형 프로모션도 상품 중심으로 전환해 공정성과 효율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지마켓은 컨설턴트 100명 이상을 추가 영입해 셀러별 맞춤 지원과 성장 지원 체계도 강화 중이다.
지마켓은 알리바바 인프라를 기반으로 판로를 전 세계로 넓히고 있다. 최근 라자다와 제휴해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필리핀 등 5개국에 우선 진출했고, 스페인 등 남유럽 시장 공략도 추진 중이다. 라자다는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현재 1억 6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며 연평균 4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민기 셀러 그로스 담당은 “2027년까지 북미·중남미·중동 등으로 확장을 이어가고, 알리익스프레스·다라즈·미라비아 등으로 판로를 넓혀 5년내 연간 1조원 거래액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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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알리바바와의 협업을 둘러싼 정보보호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합작 이후에도 고객 데이터는 지마켓이 독립적으로 관리하며, 모든 책임은 국내 본사에 있다”며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국내 독립 서버에 보관되고,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전송되지 않는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보안 체계와 권한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략은 정 회장이 구상해온 이커머스 삼분지계 구도와도 맞물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 22.7%, 네이버 20.7%로 두 곳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정 회장은 쿠팡 네이버로 고착화하는 흐름 속에서 지마켓·알리 합작법인을 글로벌 전진기지로, 쓱닷컴과 이마트를 내수 강화축으로 삼는 투트랙 전략을 그리고 있다. 국내 경쟁력 강화와 해외 확장을 동시에 추진해 그룹 전체의 커머스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구상이다. 지마켓이 그 핵심축으로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제임스 장 대표는 “지마켓은 한때 국내 이커머스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그 성장을 다시 증명해야 할 때”라며 “한국 셀러의 경쟁력과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만나면, K커머스가 전 세계 유통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오늘이 그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