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서민들 탈탈…커피 한 잔도 사치품 됐다

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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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0. 오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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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 99% 수입에 의존…가격 인상 잇따라
소매가 전년比 21% 급등…1997년 이후 최대 상승
소매점들 수입선 다변화속 “소비자 부담 불가피”
美의회선 관세 면제하는 초당적 법안도 추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여파로 미국 내 커피 가격이 치솟고 있다. 브라질·베트남·콜롬비아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커피전문점·소매점과 소비자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AFP)


19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내 커피 소매점들이 잇따라 소비자가격을 이미 올렸거나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워싱턴DC 대표 로스터리인 ‘스윙스 커피’의 마크 워무스 대표는 “브라질산 원두에 50%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입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어 소비자들이 비용을 (어느 정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커피 한 잔 가격을 10~15센트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두 수입 비용이 50% 인상된다 해도 커피 한 잔 가격이 50%까지 오를 가능성은 낮다”며 소규모 로스터리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주에 매장을 둔 ‘비질란테 커피 컴퍼니’의 크리스 비질란테 대표 역시 “최근 원두값이 최근 파운드당 4달러에서 6달러로 뛰었다”며 고객용 12온스(약 340g)짜리 포장 제품 가격을 0.5~1달러 가량 인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업체는 브라질산 중심 수입 루트를 인도네시아·에티오피아·콜롬비아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뉴욕 ‘솔리드 스테이트 커피’는 이미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매장에서 판매 중인 12온스짜리 원두 백 가격을 평균 19달러에서 21달러로 인상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커피의 99%는 수입에 의존한다. 주요 수입국 관세는 브라질이 50%로 가장 높고 , 베트남 20% , 콜롬비아 10% 등의 순이다. 이에 따라 원두 수입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고스란히 소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유엔 상품무역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미국의 커피 수입의 30.7%가 브라질산, 18.3%가 콜롬비아산, 6.6%가 베트남산이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커피 소매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21% 상승해 1997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월대비로도 4% 상승해 여섯 달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브라질은 최근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미 시중에 유통되는 커피 원두 가격의 체감 상승률이 60%를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내 외식업체의 커피 한 잔 평균 가격은 지난 8월 기준 3.52달러로, 1년 전보다 10센트 올랐다. 워싱턴DC에서는 일반 드립커피 한 잔이 평균 4.21달러, 콜드브루는 5.35달러로 각각 4%·3.7% 상승했다.

커피 가격 상승세는 결국 서민들의 지갑을 압박하고 있다. 비영리 경제연구기관 콘퍼런스보드의 에린 맥러플린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바꾸거나 품질이 낮은 제품을 찾는 등 지출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커피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확실히 ‘가벼운 사치품’(affordable luxury) 성격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 의회에서는 초당적 대응도 나왔다. 네브래스카주 공화당 하원의원 돈 베이컨과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의원 로 칸나는 지난달 ‘노 커피 택스 법안’(No Coffee Tax Act)을 공동 발의하며 커피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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