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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파우더가 너무 걸쭉해요. 속은 갑갑한데 배는 고파요.”
“영양사님, 마녀스프에 닭가슴살 추가해도 될까요? 그럼 씹을 게 너무 많을까요?”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와 병원 영양사의 1대 1 상담방은 그야말로 톡 폭격전이다. 한 줄기 단백질음료, 한 모금 물약, 그리고 된장국 한 스푼까지 모든 게 다 질문이자 생존의 전략이 된다.
◇ 수술 후 식사, 이토록 절박할 줄이야
지난 7월 4일. 한 환자가 위소매절제술을 받고 병원 영양사와 실시간 상담을 시작했다.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하루는 ‘100㎖를 2시간 간격으로 나눠 먹어야 할까요?’로 시작해 ‘자일리톨 무가당 껌은 안 되나요?’로 마무리된다. 하루 식사 스케줄은 빼곡하다.
- 8시: 아침 식사
- 9시~11시 :간식(단백질 음료)
- 점심 12~1시: 점심 식사
- 15~16시:간식(단백질 음료)
- 저녁 6시반~7시반:저녁 식사
- 20~21시:간식(단백질 음료)
하지만 이 빼곡한 일정은, 단순한 루틴이 아니라 생명을 걸고 지켜야 하는 회복의 설계도다.
“식사 후 비타민 2알. 근데 그걸 토해버렸어요. 다시 먹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 영양사의 답은 짧지만 따뜻하다.
“아니요, 지금은 좀 쉬세요”
된장국과 유산균, 마녀스프까지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다이어트’는 잊는 게 좋다. 수술 후 식사는 더 이상 다이어트가 아니라 ‘생존 기술’이다. 그래서 질문도 참 다양하다.
“된장국 국물에 단백질 파우더 타도 돼요?”
“유산균은 먹어도 되나요?”
“콩나물국은 건더기만 먹을게요, 그건 괜찮을까요?”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명장면.
“비빔밥은 언제부터 먹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그때는 비빔밥을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 참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천천히 먹기’. 수술 후 가장 흔한 실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
“식사하는데 40분 걸리는데 역류하고 토했어요.”
“양이 많았던 걸까요? 아니면 너무 씹어서 그런가요?”
그럴 때 영양사의 피드백은 이렇다.
“식사는 30분 정도로, 양은 80g 정도로 줄여보세요. 억지로 토하진 마세요”
“운동도 하고 싶은데요”
운동 욕구가 슬슬 고개를 들 무렵. 환자는 신중하게 묻는다.
“유산소는 30분 정도, PT는 복부 압력 안 주고 저중량으로 링피트도 가능한가요?”
영양사의 대답은 의외로 유연하다.
“수술 전부터 꾸준히 하셨던 운동이라면, 저강도로 괜찮아요. 본격적인 운동은 한 달 후부터요”
수술은 시작일 뿐, 인생은 계속된다 이 모든 대화는 결국 한 가지를 말해준다. 비만대사수술은 체중을 줄이기 위한 도구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수술 후의 ‘함께 걷는 길’이다. 하나하나 물어보는 환자도 대단하지만, 거기에 하루 수십 번씩 친절하게 답하는 영양사의 존재도 소중하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답했다.
“밥 대신 단백질 음료를 드세요. 그리고 오늘도 잘 하고 계세요”
이 칼럼은 단지 환자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수많은 수술 환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 현실을 놓지 않기 위해 비만대사수술센터는 오늘도 ‘작고 소중한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 있다.
“질문이 너무 많아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그게 바로 우리가 있는 이유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