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임시보호자 품에서 새 가족에게 입양
신청자만 65명, ‘안정적 환경’ 기준으로 선정
“사랑 많이 줄 테니 걱정 없이 잘 지내길 바라”[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몇 년 전 하늘로 떠난 첫 애(‘쁘띠’·코커 스패니얼) 때랑은 또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푸딩이도 예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게 되는 거니 일단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산책부터 자주 데리고 나가면서 친해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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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로 가족을 잃은 반려견 ‘푸딩’(2살 추정)이 새 가족의 품에 안겼다. 동물권단체 ‘케어’에 의해 구조된 지 한 달 반여 만이다. 입양 신청자만 65명이 모였던 가운데 지난 13일 경기 하남 모처에서 푸딩과 새 가족이 만나는 현장을 이데일리가 먼저 찾아가 봤다. 이들을 통해 푸딩의 입양자 선정 과정과 새 가족의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을 들어볼 수 있었다.
푸딩은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일가족 9명을 잃은 반려견이다. 가족을 기다리며 떠도는 푸딩의 모습을 접한 케어 활동가들이 이틀 뒤인 31일부터 구조를 시작했고 유족 등과의 협의를 거쳐 임시로 보호해왔다. 임시 보호자였던 양지혜 케어 활동가는 이날 푸딩을 새 가족의 자택으로 직접 데려오기도 했다.
“오늘 푸딩이를 데리고 나오는데 함께 집에서 사는 조카가 엄청 울더라고요. 그간 같이 보낸 시간이 있다 보니 정 떼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슬프지는 않습니다. 입양처가 신속하게 정해진 만큼 푸딩도 새 가족을 빠르게 만날 수 있는 거니까요. 푸딩이가 제 집에서 다른 반려견들과도 잘 지내면서 처음보다 사회화가 안정적으로 된 것 같아 다행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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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소식을 듣고 마음 아파하던 중 우연히 푸딩이 사연을 접했습니다. 워낙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4년여 전 쁘띠(당시 18살)를 보낸 뒤로 새 아이를 데려오는 것은 용기를 못 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푸딩이 사진을 본 순간 마음이 통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은퇴하신 부모님이나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제가 푸딩이에게 집중할 여건이 되기도 했고요. 쁘띠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받았던 만큼 푸딩에게도 큰 기쁨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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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을 마친 푸딩은 잠시 책상 아래에 몸을 숨겼다가 곧 새 가족들을 따라다녔다. 가족들이 주는 간식을 먹고는 거실에 있는 물을 마시며 적응을 시작한 모습이었다. 양씨와 세종씨가 쓰다듬는 손길에는 눈을 길게 감았다가 떴으며 수완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는 고개를 돌리고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사실 쁘띠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로 ‘펫로스 증후군’을 오래 앓았던 것 같아요. 가족들과 불침번을 서며 쁘띠를 돌보다가 떠나 보낸 거지만 밤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딸 아이가 입양 신청서를 넣기 전까지도 고민했고 모두의 동의를 거쳐 새 가족들 맞이하기로 한 거예요. 더 많은 사랑을 줄 준비가 돼 있어서일까요. 신청서를 낸 뒤에는 푸딩이 우리에게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막연히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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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자 심사 작업에 참여한 이은영 케어 활동가는 “푸딩의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일지 논의했다”며 “모든 기준이 충족된 것과 더불어 가족분들이 푸딩을 배려하는 모습이 결정적인 선정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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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들에게 대리석 바닥이 좋지 않다 보니 푸딩이 입양 확정 소식을 듣고 바닥에 매트부터 깔았어요. 새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는데 오늘 푸딩이가 잘 노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네요. 푸딩에게는 ‘가족들이 사랑 많이 줄 테니 걱정 없이 잘 지내길 바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원래의 가족을 잊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집에서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