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내 경찰서 설치” 요청…루브르 관장, 도난 사건 후 긴급 대책 촉구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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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현안 질의 출석…“끔찍한 실패·책임지겠다”
“경보는 울렸지만 보안 시스템 부족·노후화”


22일(현지시간) 로랑스 데 카르 루브르 박물관 관장이 프랑스 상원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4인조 절도범에게 프랑스 왕실 보석을 도난당한 루브르 박물관의 로랑스 데카르 관장이 22일(현지시간) 박물관 내부에 경찰서 설치를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데카르 관장은 이날 오후 상원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 출석해 “내무부에 루브르 박물관 내 경찰서 설치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박물관의 안전을 위해 즉각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조치로 “박물관 인근 지역의 보안 강화”를 꼽으며 “예를 들어 박물관 외벽 인근에 차량 접근을 막는 거리 제한 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 19일 오전 발생했다. 4명의 절도범은 센강변 쪽 루브르 박물관 외벽에 사다리차를 세워 2층 ‘아폴론 갤러리’로 침입한 뒤, 프랑스 왕실 보석 8점을 훔쳐 달아났다.

데카르 관장은 “박물관의 경보 시스템은 정상 작동했다”며 “아폴론 갤러리 근무자 4명이 신속하게 보안 프로토콜을 이행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관람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절도범들의 침입을 충분히 조기에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한 실패”라며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데카르 관장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으로 노후화된 보안 인프라와 만성적인 예산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박물관 내 보안 카메라 설치 구역은 일부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오래됐다”며 “설비가 모든 외벽을 감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건이 벌어진 아폴론 갤러리의 경우, “외부에 설치된 유일한 카메라가 서쪽을 향하고 있어, 침입이 이뤄진 발코니 쪽은 촬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카르 관장은 “기존 시스템은 새로운 형태의 공격과 예상치 못한 수법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박물관의 장비와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부족이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카르 관장은 이날 상원에서 “사건 직후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장관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간 르피가로는 그가 엘리제궁에 직접 사직서를 제출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데카르 관장은 마크롱 대통령과 관련해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데카르 관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첫 여성 루브르 관장으로, 2021년 9월부터 재임 중이다.

르피가로는 최근 며칠간 마크롱 대통령이 데카르 관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견디십시오. 박물관 개보수의 추진 동력이 꺾여선 안 된다”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루브르 박물관 노조는 관장의 사퇴보다는 보안 예산 확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들은 공동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국가 유산 보호가 예산 삭감과 인력 부족으로 약화된 시스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모드 브레종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루브르의 보안 강화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사건 발생 후 이틀간 임시 폐관한 뒤, 정기 휴무일을 거쳐 21일(현지시간) 사흘 만에 재개관했다.

한편 파리 검찰은 도난당한 보석의 가치를 약 14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범인들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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