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700개 고압용기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나무 한 그루 없는 중동 황무지서 민물이 ‘콸콸’ [‘기회의 땅’ 사우디①]

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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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후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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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특별기획
사우디 해수담수화 공장 현장
두산에너빌 2022년 수주, 5월 첫 가동
SWRO 방식으로 담수 생산
두산에너빌 1978년부터 사업 시작
32개 프로젝트 완수…사우디에서만 13개
뛰어난 납기 준수 능력으로 글로벌 시장 두각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우디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 전경.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헤럴드경제(슈아이바)=한영대 기자] 지난 50년간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세계에 걸쳐 32개의 해수담수화(海水淡水化,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일)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중 지난 5월 첫 상업운전에 돌입한 사우디아라비아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두산에너빌리티의 50년 노하우와 기술이 한 데 모인 결과물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방문한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사우디 제2의 도시인 제다에서 약 100㎞ 떨어진 슈아이바에 위치해 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국도와 비포장도로를 지나서야 도착했다. 플랜트는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드넓은 황무지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전체 면적이 축구장 100개 규모(71만㎡)에 달해 쉽게 눈에 띄었다.

플랜트 핵심 라인 중 하나인 역삼투압(SWRO, 해수에 압력을 가한 후 반투막을 이용해 염분 제거) 공장에 들어가자마자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1m 이상 길이의 압력용기 6700여개가 동시에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해수를 여과할 수 있는 멤브레인막이 설치된 1개 압력용기에 가해지는 힘만 수돗물 배관 압력의 20배이다. 압력용기에 연결된 수돗꼭지를 틀면 염분이 없는 해수를 바로 맛 볼 수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SWRO 설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노건우 두산에너빌리티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그룹 현장소장은 “전력을 적게 투입해 최대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2년 사우디 최대 민간 발전·담수 기업인 아크와 파워(ACWA Power)와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액은 8500억원이다. 플랜트의 하루 담수 생산 규모는 60만톤이다. 이는 150만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진행한 32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 중 3번째로 큰 규모이다. SWRO 기술이 적용된 해수담수화 플랜트 중에서는 가장 크다.

플랜트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바닷물을 끌어오는 취수 공정 ▷해수의 유기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공정 ▷SWRO 공정 ▷염분이 없는 해수에 알칼리 성분을 투입하는 후처리 공정 등 크게 4단계에 걸쳐 해수를 담수로 전환한다.

4단계 중 가장 중요한 공정이 바로 전처리 공정이다. 해수 속 유기물이 완벽히 제거돼야 다음 공정이 원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전처리 공정은 SWRO 공정 라인 인근에 있는 18.5m 높이의 물탱크와 유사한 모양을 한 44개 설비에서 이뤄졌다.

대규모 플랜트인 만큼 두산에너빌리티는 안정적인 전력 조달을 위해 공장 인근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발전소 면적(40만㎡)만 플랜트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발전 규모는 65㎿(메가와트)로 4인 가족 기준 1만9500가구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노 소장은 “플랜트가 황무지에 있어 태양광 패널에 수시로 모래가 묻는다”며 “전력 조달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패널에 청소 자동 설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사우디에서 9개 프로젝트 수행


두산에너빌리티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전처리 공정 핵심 설비인 듀얼미디어필터(DMF) 설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는 1978년 해수담수화 시장에 첫 발을 딛었다. 초기에는 기자재 조달에 집중했다. 플랜트 EPC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30여년 동안 중동과 한국, 칠레 등 전 세계에 걸쳐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32개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되는 하루 담수 규모는 약 836만톤이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약 2800만명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사우디와의 인연은 상당히 깊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해수담수화 플랜트 기자개를 처음으로 조달한 지역도, EPC 프로젝트를 최초로 수행한 곳도 바로 사우디이다. 32개 프로젝트 중 사우디에서 이뤄진 사업만 13개이다. 최근 10년간(2010~2025년) 진행된 사업(14개) 중 사우디 프로젝트 개수는 절반을 훌쩍 넘는 9개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사우디에서 인정 받은 비결은 뛰어난 납기 준수 능력이다.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준공 시점보다 빨리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실제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 기간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항로를 차단하면서 차질이 발생했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운송항로 변경을 통해 프로젝트 완수에 성공했다.

우수한 기술력도 수주에 한몫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WRO와 다단증발(MSF), 다단효용(MED) 등 3대 해수담수화 기술과 실적을 모두 보유한 전 세계 유일한 기업이다. 국내외 보유하고 있는 해수담수화 관련 특허만 250여개에 달한다.

두산 최대 강점은 ‘차별화된 품질’


두산에너빌리티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취수 설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는 압도적인 납기 준수 능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사우디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시뎀, 스페인 악시오나로 대표되는 경쟁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노 소장은 “발주처를 존중하는 태도, 차별화된 플랜트 품질,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공사를 완공하는 책임감이 두산의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지만, 핵심 담수설계 기술력은 확보하지 못했다”며 “중국이 플랜트 사업에 참여할 때 고객사들이 프로젝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설계는 두산에너빌리티가 해야 한다고 요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플랜트 전경.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업계는 글로벌 해수담수화 시장이 향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하수 고갈로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중동은 하천이 부족해 해수담수화 플랜트 수요가 꾸준하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글로벌 담수화 기술 시장 규모가 2023년 237억7000만달러(34조원)에서 2032년 2배 이상 성장한 498억달러(71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노 소장은 “중동, 북아프리카가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사우디 시장의 경우 MSF, MED 방식의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전력 효율성이 낮아 SWRO 방식의 플랜트를 새로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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