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17 시리즈 국내 공식 출시일인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를 찾은 한 고객이 아이폰17 프로와 에어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권제인·고재우 기자] 애플이 긴급구조 위치제공 시간을 당초 5분에서 30분으로 연장키로 했다. 긴급 상황에서 위치정보를 제한적으로 제공해 아이폰 이용자들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지적을 받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하지만 적용 시점은 물음표로 남아있다. 애플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인 적용시점은 말할 수 없다”고 답해 빠져나갈 여지를 남겨뒀다.
22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애플의 ‘긴급구조 위치정보’ 관련 답변서에 따르면 애플은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구 방송통신위원회) 요청에 따라 ‘예외적으로’ 한국 시장에 한해 통화 종료 후 긴급 모드 유지 시간을 30분으로 연장하는 데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게티이미지] |
다만, 적용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애플은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새로운 기능은 사용자에게 추가적인 투명성과 제어권을 제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이 필수”라며 “구체적인 적용 시점은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애플은 아이폰이 이용자들을 긴급 상황에서 위험에 빠트리고 있단 지적이 이어지자, 위치정보 제공 시간을 30분 연장하며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번 조치가 한국에서만 인정되는 예외상황임을 강조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애플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긴급구조기관 간에는 5분간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20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경북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가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
애플은 삼성전자 등 국산 단말기 제조사와 달리 애플은 위치정보 제공을 긴급통화 종료 후 ‘5분’으로 제한해 왔다. 또한, 자체 위치 정보 제공 방식인 ‘HELO’를 고수하면서 국내 제조사와 달리 기지국, 위성항법시스템(GPS), 와이파이 정보 등 세부 위치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국내 방식에 맞춘 위치정보를 요청했지만, 애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와 애플의 핑퐁 게임이 계속되는 사이 안타까운 일이 왕왕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9월에는 서울 관악구 조원동에서 발생한 피자가게 살인사건 당시, 경찰은 와이파이 신호를 활용해 정밀 위치 추적에 나섰지만 피해자가 아이폰 이용자였던 탓에 최초 신고 20분 만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한편, 애플은 HELO의 정확도를 묻는 질문에 7년 전 통계를 제시해 정보 제공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플이 HELO가 국내 제조사 대비 우수하다고 주장하자 김장겸 의원실은 애플에 근거를 요구했다. 이에 애플은 7년 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정에 따른 독립 테스트베드 검증 결과 HELO는 89.1%의 성공률을 보였고, 밀집한 도심에서는 85.2%의 확률로 실측 테스트 포인트로부터 50m 이내 범위의 중앙 위치 추정값을 제공했다고 답변했다.
김장겸 의원은 “지난 5년간 애플은 글로벌 정책, 보안 이슈 등을 들어 국내 기준에 맞추지 않다가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핑계로 위치 정보 제공을 막고 있다”며 “이는 아이폰을 이용하는 국민 1000만명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년 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애플이 한국 아이폰 사용자의 안전을 책임지고 보증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