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날 송환에는 경찰 호송조 190여명이 투입됐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캄보디아로 가서 사업 계약서를 받아오면 3000만원의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를 감금하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지시한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9부(부장 엄기표)는 22일 국외이송유인,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감금)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의 협박·지시로 피해자를 직접 물색하고 캄보디아로 보낸 공범 B씨와 C씨는 각각 징역 5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주범 A씨에 대해서는 검찰의 구형량인 9년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부당한 채무 변제를 강요하며 캄보디아로 보냈다. 피해자는 2024년 1월부터 2월까지 11동안 캄보디아 범죄조직에게 감금 당한 상태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라는 협박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다. 피해자가 제때 구출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감금당했을지, 추가적인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범행의 목적과 경위, 조직적 분담 수행 등 방법과 내용, 감금 기간 등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질타했다.
2024년 11월 A씨는 B씨와 C씨에게 수입차량 차대번호를 이용한 사기를 제안했다. B씨와 C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에게 수입 차량의 차대번호를 알아오라고 지시했고 피해자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65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B씨와 C씨에게 채무 상환을 강요했다. A씨는 B씨에게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보낼 것을, C씨에게는 피해자와 함께 출국해 감시할 것을 지시했다.
B씨와 C씨는 6500만원의 빚을 지게 생겼다며 ‘캄보디아 고급호텔에서 2주 머무르며 관광사업 관련 계약서를 받아오면 빚 3000만원을 탕감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피해자가 주저하자 “그게 아니면 방법이 없다”며 캄보디아 출국을 요청했다.
피해자는 결국 2024년 1월 출국했고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 여권, 신분증을 빼앗기고 감금됐다. 피해자가 감금된 숙소는 경비원이 실시간으로 감시했고 담벼락, 철조망으로 둘려싸워 탈출이 어려운 구조였다. 피해자는 11일 동안 숙소, 호텔에 끌려다니며 감금과 협박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의 조직원들은 피해자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빼낸 뒤 인터넷뱅크 어플에 접속해 피해자의 계좌에 입금된 1000만원 이체를 시도했다. 은행의 지급 정지 조치로 출금이 막히자 조직원들은 본격적으로 협박을 시작했다. 납치된 사람들이 폭행을 당하거나 사체가 훼손된 사진·동영상을 보여주며 은행 측에 전화를 하고 범죄에 가담할 것을 강요했다.
피해자는 지난해 2월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소재 호텔을 찾아온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탈출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부당한 채무 변제를 강요하면서 캄보디아 호텔에 머무르다 계약서를 받아오면 채무를 탕감해주겠다는 등 거짓말해 피해자를 국외이송 목적으로 유인했다”며 “속은 피해자는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원의 실력적 지배 하에 놓였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