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보증금 상한 및 최대 위약금 비율 조정
예식장 당일 취소 시 총비용의 70% 위약금
숙박 무료취소 대상 ‘이동 중 천재지변’ 포함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앞으로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 등 고급 음식점 예약이나 ‘김밥 100줄’과 같은 대량 주문 후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예약부도)’ 소비자에게는 이용금액의 최대 40%까지 위약금이 부과된다. 기존 10% 수준이었던 위약금 상한을 4배 높인 것으로, 노쇼로 인해 발생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내달 11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서울 중구 명동 한 음식점에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 |
이번 개정안은 스터디카페업·예식업·외식업·숙박업 등 9개 업종의 공산품·문화용품·신유형 상품권 등 3개 품목에 적용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외식업종의 노쇼 방지 강화다. 공정위는 오마카세·파인다이닝처럼 사전 예약을 바탕으로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식당을 ‘예약기반 음식점’으로 새롭게 분류하는 한편 예약보증금 상한과 최대 위약금 비율을 조정했다.
예약기반 음식점의 예약보증금은 기존 총 이용금액의 ‘10% 이하’에서 ‘40% 이하’로 대폭 상향된다. 노쇼가 발생하면 해당 금액 전액이 위약금으로 처리된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할 경우에는 해지 시점에 따라 예약보증금을 전액, 50%, 25%로 차등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음식점의 예약보증금 상한은 총 이용금액의 ‘20% 이하’이며, 노쇼 발생 시 해당 금액 전액이 위약금으로 부과된다. 이는 외식업의 평균 원가율이 약 30% 수준인 점을 고려한 조정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또 ‘김밥 100줄’ 같은 대량 주문이나 단체 예약도 예약기반 음식점에 준해 보증금과 위약금을 책정할 수 있다. 단, 해당 기준은 음식점이 사전에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한 경우에만 적용되며 고지가 없을 때는 일반 음식점 기준이 적용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사업자가 받은 예약보증금이 위약금보다 많을 경우 차액을 반드시 환급해야 하며, 음식점이 ‘지각’을 예약부도로 간주하려면 그 판단 기준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예식업의 경우 계약 취소 시점에 따른 위약금 산정 기준이 세분화됐다. 예식 29일~10일 전 취소 시 총비용의 40%, 9일~1일 전 취소 시 50%, 당일 취소 시 70%를 각각 적용한다. 기존에는 예식 29일 전부터 당일까지 취소할 경우 총비용의 35%까지만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예식장 측이 준비 과정에서 입는 실질적 피해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또 예식장이 소비자 서면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해 계약 체결 후 제공된 세부 상담에 대해 상담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계약 전 상담은 비용 청구 대상이 아니며, 계약 취소 시 위약금과 상담비 중 하나만 청구할 수 있다.
숙박업에서는 천재지변 등으로 숙소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뿐 아니라, 출발지에서 숙소까지의 이동 경로 중 일부라도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당일에도 위약금 없이 예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기준이 구체화됐다. 국외여행업은 ‘정부 명령 시 무료 취소 가능’이라는 기존 문구를 구체화해 외교부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4단계(여행금지) 발령 시 무료 취소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밖에 철도·고속버스 승차권 환불 시점에 따른 수수료 공제 기준이 보다 세밀하게 조정됐으며, 스터디카페도 계약 해제 사유와 이용 기간, 경과 시간을 반영한 반환금 산정 기준이 마련됐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법적 강제력이 있는 규정은 아니지만, 분쟁당사자 사이 별도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권고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은 소비 경향과 업계 상황의 변화에 맞춰 공정하고 원활한 분쟁 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준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