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창업자 이삭 안딕. [AP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글로벌 패션브랜드 망고(Mango)의 창업자이자 스페인 억만장자인 이삭 안딕(71)이 지난해 12월 절벽에서 추락했다. 그런데 사건 10개월 만에 이 사건은 산악 사고사에서 살인 사건으로 전환됐고, 유일한 목격자였던 외아들 조나단 안딕(44)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최근 로이터통신과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카탈루냐 현지 경찰은 이삭의 사망 사건과 관련 “아직 직접 증거는 없지만 단순 사고가 아닌 살인 가능성으로 볼 만한 일련의 단서를 발견했다”며 이삭의 아들 조나단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삭은 지난해 12월 아들 조나단과 함께 바르셀로나 인근 몬세라트에서 등산을 하던 중 계곡 10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조나단이 구조전화로 이를 신고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초기 조사를 맡은 카탈루냐 경찰은 안딕의 죽음을 사고사로 판단했지만 경찰과 사법 당국은 이 사건을 현재 살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판사도 지난달 조나단의 공식 신분을 ‘증인’에서 ‘잠재적 용의자’로 변경했다.
앞서 수사관들은 조나단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지난 9월부터 조나단에 대한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
조나단은 경찰 조사에서 차량을 특정 장소에 두고 왔다고 주장했지만, 차량은 그가 지목한 장소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견됐다. 또 숨진 안딕의 파트너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나빴다”고 진술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조나단의 휴대전화를 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변인은 “사건이 아직 사법조사 중이기 때문에 논평할 수 없다”며 “살인사건으로 전환한 것은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딕의 가족들은 조나단의 무죄를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유족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도 관계 당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조나단 안딕의 무죄가 입증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안딕은 자라(ZARA) 창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세계적인 패션 사업가다.
1953년 이스탄불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960년대 후반 친척들과 함께 스페인 카탈루냐로 이주해 고교시절부터 친구들을 상대로 티셔츠를 팔며 사업 수완을 보였고, 1984년 첫번째 망고 매장을 열었다. 망고는 120국 이상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38억달러(약 5조4000억원)에 달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사망 당시 망고의 비상임 회장을 맡았던 안딕의 순자산은 45억달러(약 6조5000억원)였다.
안딕의 사망 이후 아들 조나단은 망고 이사회 부사장 겸 지주회사인 MNG의 사장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