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경영 하늘궁서 사망한 아내…남편에 36억 입막음 시도? 무슨 일이? [세상&]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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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궁서 코로나19로 측근 아내 사망, “적절한 치료 못 했다”…민·형사 소송 제기
36억원에 합의했지만 10억원만 지급, 1심 “허 대표, 잔금 26억 지급하라”
반면 2심 “A씨가 위약벌 등 26억 허씨에 지급해야”, 합의서 조항 어겼다는 판단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가 전 지지자에게 36억원을 주고 비밀유지 조항이 담긴 합의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하늘궁 주식회사의 해외총괄 본부장을 맡는 등 허 대표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A씨의 배우자가 하늘궁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이후 관계가 틀어졌다.

허 대표와 A씨는 수 년 간 지리멸멸한 민·형사 소송을 주고받았다. 헤럴드경제는 판결문을 입수해 양측의 분쟁과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하늘궁서 배우자 코로나19로 사망…법적 대응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연합]


열렬한 허 대표의 지지자였던 A씨는 지난 2022년 3월 배우자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둘은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허 대표의 종교시설 하늘궁에 머물렀다. 이때 A씨의 배우자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당시 한국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수가 연일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A씨는 허 대표 측의 조치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허 대표가 출동한 119 구급차를 돌려보낸 뒤 본인의 지지자 중 의사를 불러 감기약 3일치만 지어주도록 했다”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하게 한 결과 배우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허 대표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었다.

A씨는 배우자의 죽음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뿐 아니라 허 대표의 경영상 문제점도 지적했다. 허 대표를 사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사업 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한 5억원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소송 과정에서 보복 폭행 혐의로 추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36억원에 합의…10억원만 지급한 허 대표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갈등이 깊어지자 허 대표는 A씨에게 합의를 제안했다. 합의금 36억원에 모든 갈등을 끝내는 내용이었다. A씨가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하고, 합의에 관한 사실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이를 어길 경우 A씨는 합의금을 반환하고, 위약벌로 15억원을 허 대표 측에 지급하기로 했다.

허 대표는 지난 2023년 5월, 합의금 중 일부인 10억원을 A씨에게 지급했다. 잔금 26억원은 1개월 뒤에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때 벌어졌다. 허 대표 측 변호사들은 A씨에게 추가 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엔 A씨가 합의에 대해 발언할 뿐 아니라 ‘암시’하거나 제3자를 통해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확약 위반의 책임을 부담하는 내용이 있었다. 허 대표에 대한 적대적 행위에 ‘관여’만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자리에 동석한 A씨 측 변호사는 확약서의 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에게 서명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A씨는 변호사 말대로 확약서 작성을 거부했다. 허 대표가 2023년 6월 30일께 “합의금 잔금을 당장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이피 엎어진 물이었다.

1심 “허 대표, A씨에게 잔금 26억 지급하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


확약서의 내용 때문에 잔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양측의 합의 자체엔 법적 효력이 있었다. A씨는 허 대표를 상대로 “허 대표는 합의금으로 36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10억원만 지급했으므로 잔금 26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걸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30민사부(부장 정찬우)는 지난해 3월, A씨 측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허 대표가 A씨에게 잔금 26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양측이 합의를 통해 분쟁을 종결하기로 하며 합의금으로 총 36억원을 A씨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과 허 대표가 10억원만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 대표는 A씨에게 미지급한 합의금 잔금 26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배우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 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한 5억원을 돌려달라는 주장도 펼쳤지만 이 부분은 각하됐다. 법원은 “합의 당시 양측이 어떠한 소송도 추가로 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부제소 합의가 체결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소송 제기 자체가 부적법하므로 판단 없이 각하했다.

2심 “A씨, 합의서 조항 어겼다…26억 지급”


법원. [헤럴드경제DB}


2심에선 반대로 A씨가 패소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7-2민사부(부장 조광국)는 지난 8월, A씨가 허 대표에게 26억여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가 합의서 조항을 어긴 책임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허 대표와 합의한 직후 수사기관에 사기 혐의와 관련해 고소를 취소했다. 하지만 약 1주일 뒤 수사기관에 “고소를 취소한 것은 허 대표의 억압에 의한 것이었다”며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라 진행한 것이 아니므로 잔금 26억원을 받은 뒤에 수사를 계속 진행해달라”고 진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A씨의 행위는 합의서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A씨로 인해 당사자 사이의 원만하고 신속한 분쟁 종결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서 조항에 따라 A씨는 위약벌로 15억원과 이미 지급받은 합의금 15억 50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허 대표의 영향력, 합의 과정을 고려할 때 양측이 대등한 지위에서 합의를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며 “위약벌이 지나치게 무거워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합의는 허 대표가 형사고소 등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체결된 것이라 허 대표가 A씨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허 대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으므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대중의 관심사이며 언론에 보도될 경우 상당한 부담”이라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반환해야 할 30억 5000만원에서 그가 허 대표에 대해 갖고있는 채권 약 4억원을 상계(쌍방의 채무를 같은 액수만큼 소멸시킴)했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심 판결에 불복한 A씨 측에서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허 대표는 신도 추행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허 대표가 피해자 16명을 49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고 보고 있다. 허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허 대표는 지난해 3월, 22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로 출마하며 재산을 481억5849만원으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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