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개편 땐 비아파트 풍선효과 커질 것”
“10·15 대책 발표 직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빌라를 보러 갔는데, 공인중개사가 2주 전에 오지 그랬냐고 하더라. 대책 나오자마자 매물 3개 있던 게 한꺼번에 소진됐다. 지금은 매물도 없고 가격이 가늠이 안 된다.”(직장인 A씨)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오피스텔과 빌라 등 비(非)아파트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10·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서울 전역 및 경기 남부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3중으로 묶었지만, 비아파트의 경우 토허구역 지정을 피했기 때문이다. 실거주 의무가 없어 세 끼고 매수가 가능해 ‘살 수 있을 때 사자’는 수요가 비아파트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구용역 발주 중인 보유세 개편안이 구체화되면 빌라나 오피스텔, 다세대·다가구 등에 나타나는 풍선효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허구역서 빠진 빌라로 ‘단체 임장’=21일 정비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내 빌라 중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신속통합기획 선정지와 모아타운 및 공공재개발 선정지 등이 그 대상이다. 서울시가 지정한 토허구역 총 164.51㎢에서 강남·서초 녹지 지역과 재건축 아파트 부지를 빼면 성수 전략정비구역 1~4구역, 광진구 자양동 일부 등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빌라의 면적은 약 21.39㎢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지정한 토허구역 총합(165.23㎢) 대비 12%에 그치는 면적이다.
투자 수요는 대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빌라로 모여들고 있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이제 빌라의 시간이라는 직감이 들었다”며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서울 금관구(금천·관악·구로)의 아파트는 규제 대상이 됐지만, 한강벨트의 빌라는 아직 토허제가 적용되지 않고, 실거주 의무도 없어 단체 임장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인 역시 “아직 빌라로의 풍선효과가 왔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재건축보다는 재개발 문의가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년간 거래 없던 한강벨트 빌라, 15일 규제 나온 당일 몸값 높여 거래=실제 대책이 발표된 날 최근 팔리지 않고 쌓여있던 한강벨트 빌라 매물이 대거 거래되기도 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5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연립주택 궁전빌라 56㎡는 10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염리동의 하하빌리지도 각각 29㎡와 19㎡가 11억원, 9억8000만원에 팔렸다. 세 매물 모두 최근 1년간 거래가 없던 건물이다. 그외에도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의 명성아트빌 71㎡가 11억원에, 강남구 일원동의 달빛하우스 40㎡도 8억5000만원에 손바뀜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뿐 아니라 직장과 교육 때문에 지역을 바꾸지 못하는 실수요자 중 아파트에서 빌라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한 신혼부부 B씨는 “주택을 소유한 적 없는 무주택자”라며 “수원 규제지역 내 다세대 빌라를 매수해 실거주하려고 하는데 대출 한도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이 가시화될 시 비아파트에 대한 자금 쏠림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주택 가격에 따라 보유세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현실화하면, 상대적으로 공시가격이 낮아 보유세가 얼마 되지 않는 빌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취득세 중과 이슈 때문에 이전처럼 빌라에 대한 투자 수요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보유세가 강화되면 실제로 보유세 이슈가 별로 없는 빌라 등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