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5시 35분께 오산시 궐동 5층 규모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났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0대 여성이 집에서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스프레이 파스에 화염방사기처럼 불을 붙였다가 건물에 불이 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생후 2개월 아기를 둔 산모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20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5분께 경기 오산시 궐동의 5층짜리 상가주택 2층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불이 난 건물은 1층이 상가, 2~5층이 주택으로, 1인 가구 위주로 총 32세대가 거주 중이다.
화재는 2층에 홀로 사는 20대 여성 A 씨가 스프레이 파스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화염방사기’처럼 불을 뿜어 바퀴벌레를 잡으려다가 침대와 침대 밑의 쓰레기 등에 불길이 옮겨 붙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 씨는 홀로 불을 꺼보려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119에 신고했다.
소방 당국은 다수 인명 피해를 우려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고, 화재 발생 40여분 만인 오전 6시 20분 불을 완전히 껐다.
이 과정에서 이 건물 5층에 사는 중국 국적의 30대 여성 B 씨가 대피 중 아래로 추락했다. 중상을 입은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10시 40분께 사망했다.
다른 주민 8명도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다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14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A 씨는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는 방법으로 바퀴벌레를 잡으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중실화 및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숨진 30대 여성 B 씨는 약 2달 전 출산을 한 산부였다. 불이 났을 당시 그는 남편, 아기와 함께 있었다. 연기가 통로를 가득 메워 계단을 통한 탈출은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후 2개월 아기에게 유독가스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창문을 열어 큰 소리로 구조를 요청했다. 불이 난 상가주택과 바로 옆 건물은 거리가 1m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 부부의 구조 요청을 들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어 답했다. 부부는 우선 창문을 통해 우선 아기를 옆 건물 주민에게 건넸다. 아기는 안전하게 옆집 주민에게 넘어갔다. 이어 B 씨의 남편이 옆 건물 창문으로 건너가 탈출에 성공했다.
다음은 B 씨 차례. 그 역시 남편과 마찬가지로 옆 건물 창문으로 건너가려 했으나 그만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는 크게 다쳐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A 씨는 출산 이후 몸을 추스르며 집에서 아기를 돌봐왔으며, 같은 중국동포인 남편은 인근 식당에서 일하며 성실히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