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공급 확대해 부동산 시장 숨쉴 틈 줘야”
“매수청구권 분양제 도입해 미분양 해소해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도걸 의원실 제공 |
[헤럴드경제=윤성현·서정은 기자]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과 공급 축소가 맞물려 빚어진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원인으로 이같이 진단했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위해 총 세차례에 걸친 수요억제·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매매·전세 가격은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포함)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5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성동구(1.49%), 송파구(1.30%), 용산구(1.20%), 마포구(1.17%) 등 ‘한강벨트’ 지역이 상승을 주도한 결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서울에서 9월 한달간 체결된 거래의 24%가 ‘신고가’ 거래였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2023년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 2024년 27조원의 신생아특례대출 등을 취급하며 시장에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줬다”며 “코로나19로 쌓인 거품을 걷어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불을 지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 결과 “수도권은 공급이 막혀 가격이 뛰고, 지방은 수요가 끊겨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며 “이전 정부가 공급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후유증이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투기 수요 억제와 공급 기반 복원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라며 “시장은 이미 지연된 시간의 부담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 공급 확대를 위한 ‘플랜비(Plan B)’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도걸 의원실 제공 |
집값 상승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미분양 문제에 발목 잡혀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 상반기 기준 6만3000여가구에 달했다. 전체 미분양 주택의 79%가 지방에 밀집돼있다.
안 의원은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매수청구권 보장 분양제’가 도입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분양받은 사람이 2년 뒤에도 집값이 분양가보다 오르지 않으면, 분양가 그대로 되팔 수 있는 권리를 갖게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의 논리로 미분양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안 의원은 “이제 지방 미분양을 공공재정으로 떠안는 시대는 끝났다”라며 “민간 리츠(REITs)가 해당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소셜믹스형’ 주택이 늘어나 주거안정 효과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미분양 아파트이기 때문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된다면 구매자는 가격 하락 위험 없이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고, 그만큼 수요는 자연스럽게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를 적용하면 한국토지주택보증공사(LH)가 공공매입으로 한 채를 사들일 예산으로 약 일곱 채의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다”며 “매수청구권이 행사된 주택을 매입하는 리츠에 대해 취득세 중과를 면제하고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초기 지분투자를 통해 신뢰성을 높이면, 민간 자금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 정부가 발표한 ‘10·15 주택안정화 대책’은 바로 그런 변화된 시장 분위기에 대한 대응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안정세를 보였지만 성동, 마포, 송파, 분당, 과천 등 핵심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핵심은 공급 부족이다. 이전 정부는 공급은 줄이면서 수요는 과도하게 부추겼다. 2023년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 2024년 27조원의 신생아특례대출 등으로 시장에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줬다. 코로나19로 쌓인 거품을 걷어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불을 지폈다.
주택 공급은 인허가 후 착공, 입주까지 평균 4~5년이 걸린다. 2021년과 비교하면 올해 5월까지 서울의 인허가 물량은 77%, 착공 물량은 84% 감소했다. 올해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이 막히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출범 23일 만에 강력한 대출 규제책인 ‘6·27 대책’을 내놓았고, 실제로 수도권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공급 절벽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자, 135만호 공급을 담은 ‘9·7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수요 조절과 공급 확충을 병행하는 종합적 접근이다. 지금의 상황은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현 정부가 정리하고 있는 과정이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기존 정책은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지금까지의 미분양 대책은 공급자 중심의 땜질식 처방에 불과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 미분양 아파트 공공매입, 환매조건부 매입 등은 겉보기엔 대책 같지만 실질적으로 건설사의 유동성만 보전하는 방식이었다. 전체 미분양 물량에 비하면 미미한 효과였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의 재정 부담만 커졌고, 국민 세금이 투입돼도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수요 부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비수도권 1주택자 세제 혜택이나 취득세 감면 같은 수요자 지원책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시장이 체감할 만큼의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실효성 있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유효 수요를 창출하면서도 재정 부담은 최소화하고, 민간자금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도걸 의원실 제공 |
-지방 미분양 해소를 할 수 있는 보완책으로 제시한 ‘매수청구권 보장 분양제’는 무엇인가.
▶ ‘매수청구권 보장 분양제’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자생력을 회복시키는 방안이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LH가 공공매입으로 한 채를 사들일 예산으로 약 일곱채의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분양받은 사람이 2년 뒤에도 집값이 분양가보다 오르지 않으면, 분양가 그대로 되팔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한다. 미분양 아파트이기 때문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된다. 구매자는 가격 하락 위험 없이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고, 그만큼 수요는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만약 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민간 리츠가 해당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서민과 중산층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소셜믹스형 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주거 안정 효과도 생긴다.
-제도의 장점이 있다면
▶이 제도의 장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민간의 구매 인센티브를 활용해 시장 자율로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다. 둘째, 정부 재정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된다. 공공과 시장이 균형을 이루는 현실적 해법이다.
-제도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조치는 무엇인가.
▶우선 매수청구권 행사 주택을 매입하는 리츠에 대해 취득세 중과를 면제해야 한다. 또한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초기 지분투자를 통해 신뢰성을 높이면, 민간 자금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사업의 촉진자이자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공급의 시간차를 고려하면 지금 추진 중인 중장기 대책이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 공급 확대를 위한 ‘플랜비’를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기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10·15 주택안정화 대책’의 효과를 지켜보되, 시장 반응에 따라 신속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은 정부가 조급할 때 불안해진다.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 들기보다 시장이 스스로 숨 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안정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정책 도구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