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에 없어 못판다’는 금값, 한때 한 돈 93만원까지 치솟았는데…여기서 더 오른다고? [투자360]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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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정말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연일 금·은 가격이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선 금·은 품귀 현상이 가격을 더 끌어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장중 순금 1돈(3.75g) 구매 시 가격이 93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가’ 기록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 한 돈 ‘100만원’ 시대를 향한 질주가 계속된 셈이다.

지난 18일 장 종료 기준으론 순금 한 돈에 90만4000원까지 내려 앉긴 했지만, 불과 지난 9월 1일(68만1000원)과 비교하면 한달 반 만에 32.75%나 급등했다.

급값 그래프가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데는 국제 거래가가 치솟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19일(현지시간) 기준 트로이온스당 4248.29달러로 400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장중엔 4379.44달러까지 오르면서 4400달러 고지를 넘보기도 했다.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가격 상승세는 금을 넘어 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COMEX에서 거래된 12월물 은 선물은 19일(현지시간) 기준 트로이온스당 50.893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장중엔 53.765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1980년대 초 ‘헌트 형제 은 파동’ 당시의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세를 ‘안전자산 선호’와 ‘유동성 기대 심리’의 결합으로 분석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정성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금·은 투자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단기 급등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면서 “유동성 확대와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는 시점엔 실물자산 선호가 더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초장기 금리를 중심으로 절대 금리가 높은 수준임에도, 이자도 없는 금이 선호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을 매입하는 기관들은 주요국의 급증한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상대국 통화에 대한 안정성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며 “금이 채권의 대용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를 크게 웃도는 ‘김치 프리미엄’이 관측된 것도 국내 금-은 가격의 급등세에 큰 변수다. 한국거래소(KRX) KRX금시장에서 1kg 금 현물(99.99%)의 g당 가격은 지난 15일 장중 23만92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7일에도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전장 대비 1.83% 오른 22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같은 날 g당 원화 환산 국제 금 시세(19만9290원)보다 11.4%나 높은 수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 한 때 온스당 3160달러(약 466만 원)까지 오르며 또다시 최고치를 갱신했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실제 귀금속 실물 시장에선 공급 중단에 따른 여파가 번지는 모양새다.

한국조폐공사는 이달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골드바 전 제품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폐공사 제품을 취급하던 일부 은행은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현재는 민간 금거래소 제품만 제한적으로 유통 중이다.

이날부턴 한국금거래소가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 내년 1월 1일까지 실버바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은행에서 실버바 구매가 불가능해졌다. 일부 지점은 이미 재고 소진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골드바, 실버바 수요 급증과 재고 부족이 맞물린 시장 불균형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국제 시세와 국내 판매가 사이 괴리를 키워 투자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은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투자 리스크를 냉정하게 판단할 시기라고 지적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한 번 상승하면 쉽사리 상승세가 꺼지지 않는 추세를 보인다”며 “현재 금의 상승세는 과열 국면이더라도 10∼12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와 금 ETF로의 자금 유입, 중앙은행 매수세 지속 등으로 금 가격은 큰 폭의 조정 없이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금 가격이 온스당 48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주의보를 발령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금 시세는 국제 금 시세에 원달러 환율, 국내 수급 등 기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국내 금 투자 수요 증가로 국제 금 시세와 국내 금 시세 간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이달 들어 변동성 유의 안내 공지를 냈다.

한국거래소가 증권사와 공동마케팅으로 ‘골드바를 잡아라’ 이벤트를 하려다 시장 과열을 의식해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 투자와 관련해 ‘주의’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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