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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금 관련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 골드바 판매액은 이미 작년 연간의 2.7배를 넘겼다.
금 열풍이 은으로 번지면서 실버뱅킹, 실버바 투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투자전문가들은 금값이 장기적으로 더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최근 워낙 가파르게 뛴 만큼 출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2일 연합 보도 등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 9일 기준(우리은행은 2일) 골드뱅킹 잔액은 1조5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연휴였는데도 지난 9월 말(1조4171억원)과 비교해 959억원 증가했다.
올해 7308억원 늘면서 작년 말(7822억원)의 약 2배 수준이 됐다.
골드뱅킹은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올해 초 급증해 3월에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고, 한동안 횡보하다가 9월 들어 다시 크게 늘면서 1조4000억원을 넘었다.
골드바 판매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1∼2일 134억8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일평균(영업일 기준) 판매액은 약 67억원으로, 지난달의 51억원보다도 많다.
올해 골드바 판매액은 약 4505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1654억원)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5월 100억원대를 넘어선 뒤 100억∼200억대를 기록하다가 올해 2월 882억9300만원으로 뛰었다.
수급 문제로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3월 이후로는 월 200억∼300억원대에서 움직이다가 9월 1천115억8900만원으로 폭증했다.
최근 금 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재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각국 중앙은행 금 매수세 등이 맞물리면서 급등했다. 그러자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이 나타나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주 현물 기준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넘었다.
국내에선 금값이 국제 금 시세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거래소가 투자 주의를 당부할 정도다.
국내에선 KRX 금시장에서 지난 10일 1㎏짜리 금 현물이 1g당 19만9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보다 56.2% 뛴 수준이다. 지난 1일에는 20만3천원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도아 우리은행 TCE 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전 세계 관세 문제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수단으로 금과 은을 선택하고 있다”며 “특히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심리도 강하다”고 밝혔다.
이어 “탈달러화 움직임과 맞물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다변화를 위해 금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고, 이는 금 시장에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섭 KB GOLD&WISE the FIRST 도곡센터 본부장도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하반기 유동성 확대로 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분쟁과 자산시장 버블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김현섭 본부장은 “굴곡이 있겠지만, 긴 호흡에서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도 “금은 하방 지지선을 견고하게 다져가면서 추세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전체 자산의 5∼10%를 금에 배분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가격에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 단기 조정 시 적립식 분할매수를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