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서면서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미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7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49% 오른 1439.8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1441.5원까지 뛰었다. 이는 장중 기준으로 지난 4월29일(1441.5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양국 간에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2000억달러(약 286조원)의 대미 투자를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원화 약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1년 사이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을 150억~200억달러라고 밝혔는데, 최근 논의된 250억달러는 이를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건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서 달러 강세 영향은 4분의 1이고, 나머지는 미·중 갈등에 따른 위안화 변동, 일본 신임 총리의 확장재정 우려, 관세 협상과 3500억달러 조달 문제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 협상이 좋은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원·달러 환율도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