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영상 조회수 1000만회, 인기 폭발
"MZ세대, 재미와 자기표현 동시에 찾아"
MZ세대 사이에서 '눈 근접 샷(MZ샷)'이 새로운 밈(meme)으로 떠오르고 있다.
눈썹 바로 위, 속눈썹과 홍채가 또렷이 드러날 만큼 카메라를 가까이 대고 찍는 사진으로, 마치 인형처럼 큰 눈이 강조되는 것이 특징이다. "눈이 커 보인다", "인형처럼 나온다"는 후기가 이어지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21일 유튜브 등 각종 SNS에는 이미 "MZ샷 잘 찍는 법", "망한 MZ샷 모음" 등 영상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눈 근접샷은 단순히 예쁜 사진을 남기려는 목적을 넘어, 하나의 밈으로 소비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에는 '썸남썸녀 꼬실 수 있는 요즘 mz샷 찍는 법', '썸녀랑 잘된다는 인형 눈 사진' 같은 제목의 영상이 넘쳐난다. 단순한 셀카 팁을 넘어, 일종의 연애 전략처럼 소비되고 있다.
유튜버 '투데이뷰티팁'이 올린 "눈 2배 샷 찍는 법" 영상은 조회수 97만 회를 기록했다. 영상 속에서는 카메라를 코앞까지 들이대고 눈을 살짝 치켜뜨는 방식으로 "인형 눈 효과"를 극대화하는 법이 소개된다
이외에도 관련 영상 조회수는 100만 회에서 1000만 회를 오가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직접 따라 찍은 사람들의 후기도 유쾌하다. 찍는 방법을 소개한 영상에는 "예쁘게 찍히기가 어렵다", "여러 번 시도했는데 계속 실패한다",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매력 있어 얼굴 사진으로 바꿨다", "이 사진의 준비물은 예쁜 눈" 등 반응이 이어진다.
직장인 김도하(29) 씨는 "원본 영상을 보고 따라 했는데 무슨 괴물처럼 찍혔다. 그런데 그 사진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친구들과 즐겁게 공유했다"며 "그 순간만큼은 '영포티'가 아니라 '영써티(Young-thirty)'가 된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기자도 직접 따라 해봤다. 수십 번을 시도해도 영상 속 '성공 샷'처럼 찍히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구도로 사진을 남기고, 주변 사람들과 웃음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유행이 단순한 셀카 놀이 이상임을 느낄 수 있었다. SNS에 올려보니 반응도 뜨거웠다.
이처럼 높은 구도나 색다른 시선에서 사진을 찍는 시도는 이미 여러 차례 유행을 만들어왔다. 과거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카메라를 머리 위로 치켜든 '항공샷'이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항공샷'은 카메라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는 구도다. 피사체는 자연스럽게 화면을 향해 고개를 치켜드는 자세를 취하며, 일종의 '하이앵글 셀카'로 불린다. SNS에서는 "시선은 앞에 고정한 채 무심하게 걸으며 찍는 게 포인트"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인스타그램에서 '항공샷' 해시태그는 9만 건을 넘겼다. 처음엔 패션 피드를 위한 전신샷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화보처럼 보이는 유니크한 구도로 진화했다.
실제로 항공샷 콘셉트를 전문으로 하는 셀프 스튜디오 '돈룩업(Don’t Look Up)'이 등장하며 이제는 단순히 유행이 아닌 하나의 촬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천장 카메라를 이용해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곳은 항공샷 맛집으로 불리며 20~30대의 인증 성지가 됐다.
Z세대의 사진 유행은 얼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음식의 질감과 색감을 극대화한 "음식 확대샷", 해변 모래 위에 하트를 그려 찍는 "모래 하트샷" 등 감각적인 구도가 SNS에서 꾸준히 확산 중이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MZ세대의 구도 실험은 디지털 세대의 자기 연출 감각이 예술적 표현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평범한 셀카보다 새로운 시선이 담긴 구도가 더 매력적이라며 피드가 남들과 달라 보여야 한다는 욕구를 드러낸다. 사진을 통해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MZ세대는 비슷한 것에서 탈피해 자기만의 개성과 관점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특히 펀(FUN) 문화, 즉 즐거움을 추구하는 태도가 SNS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과거 사진은 '정보적 의미' 즉, 누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왜곡된 구도나 과장된 표현을 통해 자신을 연출하고, 그 자체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문화로 바뀌었다"며 "이러한 자기표현과 공유의 욕망이 MZ세대의 사진 실험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