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보다 싸다"…구조조정 무풍지대 자신하는 에쓰오일

성상훈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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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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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 샤힌 프로젝트 막바지

에틸렌 생산단가 30% 낮출
TC2C 도입해 내년 본격 가동
내년 7월부터 年 180만t 생산

가격 경쟁력 높아진 에쓰오일
"감산 없이 예정대로 풀가동할 것"

SK 등 타 업체는 구조조정 분주
지난 21일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 업계에 휘몰아친 구조조정 태풍 때문에 산단 분위기는 푹 가라앉았지만 딱 한 곳만은 예외였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9조2580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현장 얘기다.

이날 찾은 샤힌 프로젝트 현장은 각종 중장비로 거대 구조물을 짓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90만㎡ 부지에 축구장 125개 크기로 구축하고 있는 이 시설은 국내 1호 ‘TC2C’(Trans Crude to Chemicals·원유에서 석화 제품으로) 공장이다. 중간 단계 없이 원유에서 곧바로 석유화학 제품을 뽑아내기 때문에 기존 시설보다 원가 경쟁력이 훨씬 높은 게 특징이다. 석유화학 감산 움직임에도 에쓰오일이 당초 계획한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한 배경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공정률이 85%라고 밝혔다. 내년 7월부터 연간 180만t 규모 에틸렌을 생산한다. 이현영 현대건설 샤힌 프로젝트 현장실장은 “TC2C 공정 시설은 다 지었고, 나프타를 에틸렌 등으로 쪼개는 스팀크래커 설치 작업도 거의 끝나간다”며 “내년 6월 배관 연결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힌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건 국내에서 처음으로 TC2C를 도입한 공장이어서다. 석유화학 제품 생산의 시작은 원유다. 원유를 수입해 고온으로 끓이면 액화석유가스(LPG), 휘발유, 경유, 등유와 함께 나프타가 나온다. 나프타 비중은 20% 정도다. 석유화학 기업은 나프타를 공급받아 나프타분해설비(NCC)로 에틸렌 등을 제조한다.

TC2C는 휘발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나프타를 뽑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나프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휘발유 등을 부산물로 뽑아내는 방식이다. 원유에서 60% 이상의 나프타를 추출한다. 중간 공정이 생략돼 원유를 투입하면 곧바로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다. 에쓰오일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모기업에서 받아냈다. 아람코에서 안정적으로 원유를 수입하는 것도 강점이다.

에쓰오일은 기존 석유화학 업체와 비교할 때 20~30% 저렴한 원가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NCC 공장은 에틸렌 가격이 t당 240~250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지만 샤힌은 t당 170~180달러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업계를 강타하는 구조조정 태풍에서 에쓰오일만 ‘무풍지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 GS, 한화 등 다른 석유화학 기업은 중국발 저가 공세와 공급 과잉 여파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생산량을 25% 이상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180만t에 이르는 에틸렌을 싼값에 새로 쏟아내는 에쓰오일 등장은 시장 판도에 영향을 주는 중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울산 단지에 NCC를 가동하고 있는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의 에틸렌 생산 규모는 각각 90만t, 66만t이다.

에쓰오일은 업계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샤힌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위기를 부른 중국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에 들어가면 국내 석유화학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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