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내한한 오아시스, 5만 관객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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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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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불화 딛고 16년 만에 재결합 뒤 내한
암표는 수십만원에 팔려나가기도
5만명 관객 '떼창'으로 공연장이 노래방된 듯
MZ 관객들 대부분…열광적 반응
“사랑해 서울(Fucking love you, Seoul.)”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오아시스가 16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올랐다.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2009년 해체했다가 지난해 재결합 한 뒤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이다. 두 형제는 손을 붙잡고 무대에 등장했다. 리암이 형인 노엘의 볼에 뽀뽀하는 등 화합을 과시해 16년 동안 재결합을 기다린 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녹였다.

OASIS LIVE '25 한국 공연 / 사진 출처. oasis 인스타그램


첫 곡 '헬로(Hello)'의 전주가 연주되자 고양종합운동장은 일제히 뛰는 관객들로 인해 바닥이 쿵쿵 울렸다. 약 5만명을 수용한 공연장은 마치 거대한 노래방이 된 듯 시종일관 ‘떼창’이 일었다. 리암은 “끝내준다(biblical)"며 관객을 치켜세웠고, 노엘은 기타를 치며 시종일관 인자한 미소를 띄며 흡족하게 바라봤다.

2시간 동안 쉼 없는 히트곡 메들리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오아시스 내한공연 'OASIS Live '25'가 열렸다. 2009년 해체한 이후 지난해 재결합을 발표한 뒤 올 여름 영국에서부터 진행된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한국팬들은 좌석 약 5만석을 수 분만에 매진시키는 등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만큼 이날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아시스는 그런 관객들에게 음악으로 확실히 화답하겠다는듯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와 '리브 포에버'(Live Forever) 등 국내에도 익숙한 히트곡을 멘트를 거의 하지 않고 2시간 동안 끊임없이 이어갔다. 과거 폭음 등으로 공연에서 자주 목 관리 지적을 받았던 리암은 이날 완벽한 목 관리로 그 어느때보다 좋은 보컬을 보여줬다. 다만 껌을 씹으며 팔자걸음으로 건들건들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등 90년대 록스타나 보여줄 수 있는 불량한 기개는 그대로 간직한 채여서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OASIS LIVE '25 한국 공연 / 사진 출처. oasis 인스타그램

OASIS LIVE '25 한국 공연 / 사진 출처. oasis 인스타그램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전 세계적으로 9000만장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정규 앨범 7장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린 세계적인 밴드다. 친숙한 멜로디와 긍정적인 가사 뿐만 아니라 밴드 주축인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의 위태로운 관계가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밴드의 인기를 키웠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잦은 다툼으로 이어져 2009년 밴드가 해체를 결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팬들 사이에선 꾸준히 재결합설이 나왔지만 두 형제는 매번 이를 부정하며 꿋꿋이 각자 솔로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지난해 8월 전격 재결합을 선언해 전세계 팬들을 놀래켰다. 재결합 이후 처음으로 열린 영국 카디프 공연은 암표가 천 만원을 호가할 정도였다. 이번 내한공연 역시 다양한 플랫폼에서 암표가 수십만원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영국에선 AZ 관객, 한국에선 MZ 관객

오아시스 내한공연만의 특이한 풍경은 관객의 대다수가 30대 이하의 청년층이었다는 점이었다. 오아시스의 최고 전성기가 1990년대 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재결합을 손꼽아 기다렸을 팬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이어야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월 중순 기자가 영국 에딘버러에서 열린 오아시스 콘서트를 관람했을 때는 관객 대부분이 40대 이상의 남성이었다. 반면 인터파크 예매자 통계를 보면 오아시스 내한 공연은 20대 예매자가 55.5%로 가장 많았고, 30대(28.7%)와 10대(7.7%)가 그 뒤를 이었다. 예매자 성별도 여자가 63%, 남자가 37%로 영국과는 정 반대 분위기였다.

사진=뉴스1


영국에선 지긋이 나이를 먹은 중년 남성들이 리암이 자주 쓰는 벙거지 모자를 착용하고 추억에 잠겨 물기 어린 눈으로 오아시스 공연을 봤다면, 한국에선 젊은이들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됐을 곡들을 떼창하는 이상현상이 연출된 것이다. 한 때 '죽은 장르'로 불렸던 록이 최근 한국의 젊은 리스너들의 중심 축으로 부활했고, 이들이 오아시스 노래까지 찾아들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물론 갤러거 형제들의 형제다툼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밈’이 된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오랜 시간 함께해줘서 고마워"

이날 공연의 절정은 후반부에서 폭발했다. 오아시스는 ‘마스터플랜(The Masterplan)’과 함께 앵콜무대를 시작해 ‘돈트룩백인앵거’, ‘원더월(Wonderwall)’, ‘샴페인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 등 히트곡 중의 히트곡을 연달아 연주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특히 ‘돈트룩백인앵거’ 때는 관객들이 후렴의 ‘돈트룩백인앵거’ 부분을 계속 반복해 부르면서 노엘의 애정어린 핀잔을 듣기도 했다.

마지막 곡인 ‘샴페인 슈퍼노바’가 연주되자 관객들은 노래에 맞춰 휴대폰의 플래시라이트를 켜는 이벤트를 했다. 이에 노래를 하던 리암은 자신이 흔들던 마라카스와 탬버린을 머리에 올려두고 뒷짐을 쥔 채 관객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기도 했다. 리암의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마지막 말을 뒤로하고 2시간 여의 공연은 성대한 폭죽놀이와 함께 마무리됐다.

OASIS LIVE '25 투어 / 사진. ⓒjoshuahalling, harriettkbols , 출처. Oasis Treads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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