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넌 좀 맞아야겠다"…캄보디아에 이어 태국마저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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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후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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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납치 감금 두 배 증가

2021년까지 납치 없어 '0건'
2025년 9월 기준 '11건' 급증

대규모 범죄단지 없지만
아파트·풀빌라 등 빌려 범행

태국으로 유인해 캄보디아로 납치도
지난 6월 21일 태국 파타야의 한 풀빌라에서 한국인 피싱 조직원들이 검거된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방콕, 파타야 등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휴양지로 잘 알려진 태국에서 납치·감금 관련 신고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관련 사례가 전무했지만, 올해 들어 신고 건수가 10건을 넘어섰다.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태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0건에서 올해 9월 기준 11건으로 늘었다.

연도별로는 △2021년 0건 △2022년 1건 △2023년 5건 △2024년 5건 △2025년(9월 기준) 11건이다.

태국은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처럼 대규모 범죄단지가 형성돼 있지는 않지만, 소규모 피싱 조직들이 아파트나 빌라를 빌려 조직원들을 감금한 채 범행에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조직원들이 콜센터로 사용한 파타야 풀빌라 외부 전경. 조직은 이곳에 청년들을 감금하고 피싱 범행에 가담시켰다./서울경찰청 제공

지난 6~7월에는 태국 경찰이 파타야의 고급 풀빌라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36명 규모의 피싱 조직을 검거했다. 총책과 본부장 2명은 중국인, 나머지 조직원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조직원들의 외출과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화장실 이용까지 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탈퇴 의사를 밝힌 조직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6월 20대 조직원 김모씨가 탈퇴 의사를 밝히자, 조직원 3명은 "넌 좀 맞아야겠다"며 길이 1m 쇠파이프로 김씨를 수차례 폭행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김씨의 아버지가 주태국 한국 영사관에 아들의 감금 사실을 신고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국 영사관의 공조 요청을 받은 태국 경찰이 지난 6월 21일 파타야 풀빌라 사무실을 급습해 20명을 체포했고 김씨를 구출했다. 태국에서 관련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는 캄보디아 등 인접국에서 활동하던 범죄조직이 태국으로 거점을 옮기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태국발 피싱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는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리딩방 등 범죄 수법을 배운 조직원들이 태국으로 넘어와 자신만의 조직을 꾸리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범죄조직이 한국인을 태국으로 유인한 뒤 캄보디아 범죄단지로 넘기는 경우도 있다. 올해 들어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조직이 태국을 중간 경유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0대 정모씨는 "작년 12월 태국 방콕으로 입국했다가 캄보디아 포이펫의 범죄단지로 납치돼 한 달간 붙잡혀 있었다"며 "한국인 조직원이 나를 봉고차에 태운 뒤 휴대전화를 빼앗고 행선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같은 범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8일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방콕에서 전화응대 업무를 할 사람을 모집한다'며 '주 1000~2000달러 수익 보장, 숙소·비행기표·비자·생활비 제공'을 내세운 글이 올라왔다.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근무할 조직원을 모집하는 글이다.

김건 의원은 "정부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태국 등 동남아 주요 국가들과의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해 재외국민 보호망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불법 해외 구인·구직 광고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며 "관계부처가 협력해 모니터링과 단속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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