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12년 만에 최대 폭락…"랠리 끝났다" vs "일시 조정" [종목+]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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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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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사상 최고가 기록 후 하루 새 6% 하락
ETF·금광주 일제히 급락
달러 강세·미중 무역 완화 기대 영향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지 하루 만인 21일(현지시간) 한 때 6% 넘게 떨어지며 201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트라이온스당 438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금값은 이날 한때 4082달러까지 급락했다. 귀금속 시장의 ‘역사적 랠리’가 과열된 끝에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값 종가는 트라이온스당 4109.10달러로 전날보다 5.74% 떨어졌다.

대표적인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셰어즈(GLD)가 6% 이상 하락했고, 반에크 골드 마이너스(GDX) 등금광 ETF는 모두 10%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금광기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아그니코 이글 마인즈, 앙골로골드 아샨티, 뉴몬트, 올라 마이닝주가가 일제히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달간의 급등세가 과열된 만큼 “지연된 기술적 조정” 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MKS 팜프의 애널리스트 니키 실스는 “6주 만에 1000달러가 오른 것은 비정상적이며,
랠리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올해 금값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3월 트라이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한 뒤 10월 초에는 4000달러를 넘어섰고, 불과 두 달 사이 25%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달러 강세, 미·중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감, 인도 디왈리 시즌 종료로 인한 실물 수요 둔화 등이 겹치면서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주 관세 협상을 위한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미·중 관계가 완화되면 안전자산 선호가 줄어든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면서 금 매도세가 확대됐다

금값 급등의 주요 동력은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 매입과 ETF 자금 유입이었다. ING의 애널리스트 에바 만세이와 워런 패터슨은 “올해 금값 상승은 신용건전성 악화 우려, 미국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증가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금과 은은 올해 가장 성과가 좋은 원자재 중 하나로, 중앙은행의 매입과 ETF 유입, 지정학적 긴장감이 금값을 떠받치고 있다”고 설명했다.스탠다드차타드의 애널리스트 수키 쿠퍼는 “이번 하락은 기술적 조정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달 사이 금 투자자층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번 조정을 통해 시장의 내구성이 시험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금값이 동시에 치솟았던 것은 전통적 안전자산 수요뿐 아니라 투기 자금 귀금속 시장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폭락에도 불구하고 금값은 올해 들어 55% 상승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랠리가 식는 과정”이라며,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중장기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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