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범 구간 3만8000㎞…중국은 '무인차 천국'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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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실험장 된 中대륙

베이징 인근 이좡경제개발구
900여대 자율주행 택시 운행
도로 위 '실전 경험' 쌓도록
中 정부 규제 대거 풀어줘
중국 베이징 이좡경제기술개발구에서 자율주행 기업 포니AI의 앱으로 호출한 자율주행 택시가 운전자 없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이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동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이좡경제기술개발구. 중국 자율주행 기업 포니AI의 앱으로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하자 딱 3분 만에 눈 앞에 왔다. 보조석 뒤편에 붙은 모니터에 스마트폰 번호 뒷자리를 입력하자 자율주행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중국의 도로 상황은 서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좌회전이 비보호인 탓에 차량과 사람,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엉키기 일쑤다.

자율주행 택시의 상황 판단 능력은 웬만한 사람보다 나았다. 좌회전 신호를 앞두고 미리미리 차선을 바꿨다. 바로 앞 차량이 갑자기 유턴을 하자 능숙하게 피했다. 안전을 위해 답답한 서행 운전을 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주변 차량에 맞춰 시속 30~40㎞로 달리더니 길이 뚫리자 60㎞로 속도를 높였다. 10분 거리를 달린 요금은 14위안(약 2800원)으로 일반 택시와 비슷했다.

중국이 이처럼 자율주행 강국이 된 건 정부의 규제 완화 덕분이다. 자율주행 성능을 고도화하려면 ‘실전 경험’을 많이 쌓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정부가 앞장서 규제를 풀어줬다. 자율주행이란 큰 시장을 잡기 위해선 사고 가능성을 희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중국 정부는 이좡경제기술개발구에서 2021년부터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은 자율주행 구역이 3000㎢로 확대됐다. 900여 대에 달하는 자율주행 택시를 만나는 건 이곳에선 이제 일상이 됐다.

자율주행 차량은 승객 운송뿐 아니라 배달에도 투입되고 있다. 범죄나 화재 등을 살펴보는 ‘순찰 자율주행 차’도 24시간 운행된다. 이런 자율주행 시범 구간을 베이징뿐 아니라 상하이, 충칭, 선전, 우한 등 중국 내 10여 개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총구간은 3만8000㎞에 달한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완화와 보조금 지원을 통해 판을 깔아주면 기업들이 달려들어 기술을 발전시키는 전형적인 중국식 산업 육성법이 자율주행에도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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