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계기로 성사 전망 나와
북한은 아직 응답하지 않아
트럼프 즉흥적 외교 고려하면
전격 만남 가능성 배제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방안을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비공개로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미·북 정상회담이 이달 말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하순 말레이시아와 일본에 들른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6년 동안 만나지 않았다.
CNN 등은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트럼프와 김정은 간 회담 개최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점을 이유로 들어 미·북 정상회담 관련 상황이 급진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회담을 개최하는 데 필요한 실무 계획 준비가 진지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고, 북한과의 소통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북 회동을 두고 실질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미·북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대비하자는 차원의 논의가 미국 정부 내에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올해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대화 의지를 밝혔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APEC 정상회의에 초청하면서 김정은과 만나볼 것을 권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가자지구 휴전을 성사시킨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노벨평화상을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대화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최소한 미·북 정상의 소통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무작정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한다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관건은 김정은의 반응이다. 김정은은 최근까지 미·북 회담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서한을 받지 않았고 응답도 없었다. 백악관 경호팀이 APEC 참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두 차례 한국에 왔지만 판문점을 답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APEC을 계기로 무언가 이뤄질 것이라는 징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등도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짧게라도 만난다면 이후엔 협상을 재개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지난달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 APEC을 계기로 한 미·북 회담을 논의했다면 중국은 반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 밖 외교를 즐긴다는 점에서 깜짝 회동 가능성을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당시에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했고, 48시간도 되지 않아 판문점 회동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지금까지 세 차례 만났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만나 새로운 미·북 관계 및 한반도 평화, 완전한 비핵화 등에 합의했다.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동에선 완전한 비핵화를 둘러싼 의견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다. 같은 해 판문점 회동에서는 양국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보도에 대해 “한·미 양국은 미·북 대화를 포함해 대북 정책 전반에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