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태계 되살릴 정책 시급
성상훈 산업부 기자
국내 태양광 부품 관련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가 내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 예산(8480억원)을 올해(5944억원)보다 42% 늘린 게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16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받은 자료에 그 이유가 담겨 있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발전 보급량은 2019년 1만2745기가와트시(GWh)에서 지난해 3만GWh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5년 새 2.5배 늘었다. 반면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모듈·인버터·소재 등)의 내수 매출(국내 판매액)은 2019년 2조3197억원에서 2023년 1조869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작년 매출은 1조5000억원에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예산 지원에 힘입어 국내 태양광발전 시장이 2.5배 커졌지만 국내 기업 매출은 35%나 줄어든 것이다.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휩쓴 탓이다. 태양광 설치업자가 나랏돈을 받아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사들여 전국에 깔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공습에 태양열을 전기로 바꾸는 모듈 시장은 ‘중국판’이 됐다. 마지막 하나 남은 한화솔루션조차 국내 공장 2곳 중 1곳을 닫고,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
생산된 전기의 전압을 바꾸고 배분하는 ‘두뇌’ 역할의 인버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기업 공장은 자취를 감췄다. 한국 브랜드를 단 제품은 대부분 화웨이, 친트파워 등 중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소위 ‘택갈이’한 것들이다. 구 의원에 따르면 중국산 120~125킬로와트(㎾)급 인버터는 현지에서 480만~550만원대에 거래되지만, 국내에서는 상표만 바꿔 550만~600만원대에 팔린다. 그러자 인버터를 생산하던 국내 기업들도 중국 제품을 수입한 뒤 10%가량의 수수료를 붙이는 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전체 전력원 중 태양광 비중을 현재 5%에서 10년 내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금처럼 보급 속도에만 매달리면 국내 태양광업계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유럽에서 불거진 ‘킬 스위치’ 의혹처럼 중국산 인버터가 전국에 깔리면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강제하거나 기술 개발 및 설비 투자 지원으로 밸류체인을 복원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나랏돈을 투입하는 만큼 국내 산업 육성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 더 늦으면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