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범죄단지서
수백여명 한밤 이동행렬 포착
"한국인 구출·송환 어려워질 듯"
외교부, 3國 취업사기 별도관리
中일대일로 따라 조직범죄도 확산
최근 캄보디아 납치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현지 중국계 범죄조직이 라오스와 미얀마 등 인접 국가로의 ‘엑소더스’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부터 시아누크빌 등 범죄단지 밀집 지역에서 수백 명의 조직원이 대거 짐을 싸 떠나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다. 이들에게 감금된 한국인 80여 명이 생사 불명인 가운데 근거지조차 인접국으로 확산하면서 문제가 한층 복잡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들 범죄조직에는 한국인 1000여 명이 붙잡혀 있다. 문제는 이들이 더 음지로 숨어들면서 구출과 송환이 한층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들 대부분의 목적지는 미얀마와 라오스다. 한국인을 속여 강제로 피싱 범행에 동원하는 범죄단지가 이들 국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프놈펜의 한 범죄단지에서 탈출한 20대 이모씨는 “중국인 총책들은 한국인을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순순히 풀어주지 않는다”며 “더 악랄한 미얀마, 라오스 조직에 팔아넘길 수도 있고 거점을 통째로 옮길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외교부 역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3개국에 대한 취업사기 통계를 별도 관리하고 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 취업사기·납치 신고 건수는 2023년 56건, 2024년 28건이었다. 미얀마도 2023년 20건, 2024년 3건이 접수됐다. 2022년에는 각각 1건, 0건에 불과했다.
올해도 미얀마에서 한국인 납치 사건이 있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지난 5월 지적 장애가 있는 장모씨(36)가 미얀마 미야와디의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장씨를 감금한 조직원은 “우리는 여기 경찰과 다 연계돼 있다. 신고해봤자 못 도망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와 라오스는 캄보디아보다도 치안이 불안정한 곳으로 꼽힌다. 범죄조직이 현지 정치인이나 군 지도자들의 비호를 받는 등 공권력과 유착도 심각하다. 라오스 북부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는 2007년 중국 카지노 그룹인 킹스 로먼스가 99년간 부지를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 등을 건설하면서 사실상 행정권까지 장악했다. 라오스 경찰조차 진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 재무부는 2018년 이 기업을 소유한 자오웨이를 초국가적 범죄조직을 운영하는 ‘갱단 두목’으로 지목해 인신매매 등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얀마 미야와디 등 국경 도시들 역시 무장 반군과 중국계 범죄조직의 결탁으로 사기, 납치, 인신매매가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치외법권 지대다.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가 범죄 소굴이 된 건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일대일로 정책 차원에서 대형 리조트, 카지노 건립 등 투자를 확대했다. 카지노 등을 따라 이를 관리할 범죄조직도 함께 이동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는 “코로나를 거치며 관광객과 수익이 급감하면서 이들 조직이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사기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비어 있는 카지노와 리조트가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콜센터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범죄조직들이 캄보디아에서 인접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이미 시작됐다”며 “캄보디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남아 지역 전반으로 경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