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 주중한국대사가 16일 "국제 질서가 엄중한 변화의 시기에 한·중 관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양국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 격화 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전략적 입지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중국과 관계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노 대사는 이날 중국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을 만나 "여러 가지 현안과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정부 첫 주중대사인 그는 지난 1월 정재호 전 대사의 이임 이후 약 9개월 간 주중대사가 공석이었던 관계로 이날 입국 직후 바로 취임식을 진행하고 업무에 돌입했다.
일단 노 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방한 관련 실무 협의부터 조율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중 정서 개선을 이끌고 경색된 한·중 관계 완화에도 나서야 한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이 조선·해운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 기업을 집중 타깃으로 제재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신속한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측과 효율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실제 노 대사는 이날 "11년 만에 시 주석이 방한을 하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서 확산한 반중 시위 관련해선 "바람직하지 않고 우려된다"며 "양국 우호 정서를 해치는 일은 단호하게 대응하고 우호 정서를 함양하는 일에는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많은 현안을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양국 지도자들 간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제와 안보 등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주중대사나 외교부 뿐만 아니고 전방위적인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희토류 관련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노 대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1992년 한중 수교를 이끈 북방정책의 상징적 인물의 아들이다. 한·중 수교 33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역사적 연속성과 실용 외교를 강조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가 발탁 인사를 했다는 분석이 많다.
노 대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석사, 조지타운대에서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도쿄대 객원연구원, 중국 청두시 국제자문단 고문, 외교부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 민간 외교 네트워크도 이어왔다.
지난 8월 말엔 박병석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의 특사단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노 대사의 취임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다수의 관영매체는 노 대사 관련 "중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중국통"이라며 "10여년간 한·중 인문 교류의 최전선에서 활발히 활동해왔기 때문에 양국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