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NG발전소 신설 땐 용량 절반"…탈원전 이어 탈가스

김리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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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6. 오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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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전 공기업에 검토요청

2038년까지 노후 발전소 36기
용량 절반 친환경발전으로 대체
李 '신재생에너지 확대' 의지 반영

전력수급 불안, 전기료 인상 우려
모두 태양광 전환 땐 비용 年4조
정부가 오래된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를 새로 지을 때 기존 설비 용량의 절반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앞서 신규 원전 필요성을 공론화하겠다며 ‘탈원전 시즌2’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가스까지 퇴출 속도를 높이면 전력 수급 불안정성이 커지고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전 공기업 다섯 곳에 “30년 설계 수명이 지난 노후한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개체할 경우 기존 용량의 절반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1000메가와트(㎿) 규모 노후 설비를 바꿀 때 500㎿로만 지으라는 얘기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2038년까지 순차적으로 개체되는 노후 LNG 발전소는 총 36기로, 설비 용량 기준으로는 약 13.9기가와트(GW)다. 이 가운데 약 7GW를 LNG가 아닌 발전원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검토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발전업계 반발을 감안한 정부가 업계 의견을 다시 모으기로 했지만 발전사들은 이번 방침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탈가스 속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서 낡은 LNG 발전소의 친환경 개조 방안으로 수소도 같이 연소할 수 있는 가스터빈, 전기와 열을 함께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소 전환 등을 제시했다. 열병합은 같은 가스 연료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뽑아내 효율이 높다는 점에서 친환경적 방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 기류가 급격히 바뀌었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노후한 LNG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뒤 정부는 한 달 만에 ‘노후 LNG 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은 전기본 수정안을 발표했다. 그 후 설비 교체를 절반의 용량으로만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발전 공기업에 통보한 셈이다.당장은 정부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공기업이 우선 대상이지만 SK와 포스코 등 민간 LNG 발전사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민간 발전사도 발전사업 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정부의 ‘절반 용량’ 논의가 확정되면 대정전 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현재 11차 전기본에서는 노후 LNG 발전소가 100% 용량으로 개체되는 것으로 잡혀 있는데, 절반만 지으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전력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는 ‘대정전 이후 전력계통을 복구하고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LNG 등 화력발전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설명돼 있다.

탈가스의 지나친 속도전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정부가 45GW 규모인 LNG 발전소를 모두 태양광으로 바꾸면 연간 4조원에 달하는 추가 전력 구매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성급한 탈가스는 전력 수급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오래된 발전기들이 전력시장에서 용량요금만으로 수익을 내는 현행 구조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용량요금은 발전소가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준비 상태’를 유지하는 대가로 2001년부터 한국전력에서 매달 지급하는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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