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9만5000원 안착
기관·외국인도 쌍끌이 매수
고강도 부동산 대책 후 투심 폭발
美·中 갈등 제한 분석도 호재
증시 대기자금만 80조원 육박
"한국 증시 강세 이어질 것"코스피지수가 15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긴축(QT)을 종료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은 데다 미·중 갈등 여파가 제한적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다. 역대 최대 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정부가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주식 매수 심리가 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가하는 유동성 속에 주식시장이 당분간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68% 상승한 3657.28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중 기록한 역대 최고치(3646.77)를 뛰어넘은 종가다. 코스닥지수도 1.98% 오른 864.72에 마감했다. 두 시장 모두 기관과 외국인이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두 주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4585억원, 16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선 557억원, 47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은 두 시장에서 각각 6927억원, 107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유가증권시장은 상승 종목(761개)이 하락 종목(127개)보다 여섯 배 많을 정도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50위 이내 기업 중 6개를 제외한 44개 종목 주가가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상승 종목이 1317개(상한가 포함)로, 하락 종목(337개)의 네 배에 달했다.
우선 “몇 달 내 양적긴축을 끝낼 수 있다”는 파월 의장 발언이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대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가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의 긴축 정책을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현실화하면 유동성이 증가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에 따른 기대로 인공지능(AI)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속한 반도체와 원자력발전, 전력기기 업종이 고루 상승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71%, 2.67% 올랐고 두산에너빌리티는 9.37% 급등했다. 효성중공업(11.95%) 등 전력기기주도 초강세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유동성 호재에 레인보우로보틱스(3.41%), 로보티즈(9.28%) 등 로봇 관련주가 상승했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온 것도 증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부동산 거래 자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발표되자 향후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는 얘기다. 전날 대통령실이 “부동산에서 주식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날도 고가 주택 대출 규제 등 추가 대책이 발표됐다. 주주환원 정책 기대가 확산하자 삼성물산(5.75%), KB금융(4.33%), 신한지주(3.95%) 등 지주·금융사 역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미·중 갈등이 우려와 달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확산했다. 한화오션 자회사 5곳에 대한 중국의 제재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에 조선주가 전날 낙폭을 회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4.78%, HD현대중공업이 2.22% 올랐다. 중국 제재 대상 기업인 한화오션도 1.94% 오름세를 나타냈다.
미·중 갈등이 잦아들고 유동성 완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 활황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투자자예탁금은 79조9749억원으로 8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대비 48% 급증한 규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며 “증시를 부양하려는 국내 정책과 맞물려 한국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