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이 거침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해 차익이 기대되긴커녕 주변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해도 시장 반응은 뜨겁습니다. 집값과 분양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에 분양 당시에는 다소 비싸더라도 준공 시점에서는 저렴한 가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입니다.
15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분양에 나서는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이 10월 둘째 주(6~12일) 기준 5만7948명이 조회하며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5층 11개 동 931가구 규모로 조성됩니다. 이 가운데 전용 44~84㎡ 170가구가 이달 일반분양으로 나왔습니다.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전용 44㎡ 11억2760만원(35가구) △전용 49㎡ 13억5600만원(81가구) △전용 59㎡ 17억4300만원(9가구) △전용 74㎡ 19억4200만원(5가구) △전용 84㎡ 22억7850만원(40가구) 입니다. 발코니 확장비는 분양가에 포함돼 있지만, 시스템에어컨을 비롯한 유상 옵션을 감안하면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분양가격은 23억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도 2억원 이상 비싼 편입니다. 맞은편 단지인 '래미안로이파크'(2018년 준공)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달 기록한 20억6000만원(25층)입니다. 바로 옆 블록에 이보다 5년 일찍 준공한 '이수역리가' 전용 84㎡ 최근 실거래가도 지난달 기록한 16억9000만원(12층)이었습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분양가상한제 단지들과 비교해도 가격이 상당합니다. 지난 8월 공급한 송파구 '잠실르엘'도 전용 59㎡ 최고 분양가는 16억2790만원, 전용 74㎡는 18억7430만원으로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보다 1억원가량 저렴했습니다.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도 분양가격이 다소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사당동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일반분양 물량 상당 수가 소형 면적인데다 분양가격도 일대 시세보다 높아서 차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B 공인중개 관계자도 "사당에서 오랜만에 나오는 공급이긴 하지만, 면적은 작고 가격은 잠실보다 비싸니 실수요층이 청약에 나설지 미지수"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업계 관측과는 다르게 시장 분위기는 긍정적입니다. 공급 절벽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수요자들 사이에서 부동산 포모(FOMO·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모델하우스도 방문했다는 30대 예비청약자 김모씨는 "가격이 높긴 하지만 주변 시세도 계속 오르지 않겠느냐"며 "장기적으로 보면 합리적인 수준일 수 있겠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40대 예비청약자 이모씨도 "수원 국평(국민평형) 12억원에도 사람들이 줄을 섰고, 광명 국평 16억원에도 줄이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 가격이 비정상적이라고 외치며 미루다간 정말 '지각비'를 낼지도 모르겠다 싶어 일단 청약을 넣으려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8월 수도권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당 평균 881만8000원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8월만 하더라도 수도권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이 615만4000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43.2%나 오른 셈입니다.
2022년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용 84㎡ 분양가격도 13억원에 그쳤지만, 이젠 찾아볼 수 없는 가격이 됐습니다. 내년부터 1만 가구 안팎으로 줄어드는 서울 아파트 공급절벽도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하는 요인입니다.
전일 진행된 특별공급에서도 수요자들의 이러한 우려를 엿볼 수 있습니다. 청약홈에 따르면 94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 특별공급에는 1만3927명이 신청해 평균 148.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전용 59㎡ A형에서는 414대 1의 최고 경쟁률까지 나왔습니다. 집값과 분양가격이 향후 더 올라 내 집 마련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노란봉투법 등 규제 여파로 공사비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신규 착공마저 줄어드는 만큼, 당분간 분양시장은 '비싸도 청약'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