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성장은 기적 같은 일…혁신 지속하려면 개방성 유지해야"

박신영 기자
입력
수정 2025.10.14. 오후 7:34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 하윗·모키어 교수 기자간담회

"美 독점 산업이 성장 억눌러
한국이 반면교사 삼을 지점
특정 파트너가 교역 후퇴시키면
다른 상대국 찾아 시장 유지해야"

"韓 기술, 걱정할 수준 아냐
저출생이 거의 유일한 문제
국경 열고 선진 기술 수용해야
새로운 기업 시장 진입 늘려야"
“최근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가 혁신하려면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강력한 반(反)독점 정책과 경쟁 정책이 필요합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해법을 이같이 밝혔다. 하윗 교수는 필리프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교수와 함께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을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1992년 발표한 논문에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를 수학적으로 정립했다.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
하윗 교수는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조언을 했다. 그는 “미국은 최근 여러 산업에서 규제되지 않은 독점 권력이 확대되면서 혁신과 경제 성장을 억누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윗 교수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언급하며 “당시 슘페터는 독점적 지위와 높은 이윤이 혁신 유인이 된다고 봤지만 우리 연구에서는 오히려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존 기업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이 혁신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반독점 정책과 경쟁 정책은 혁신을 이어가게 만드는 유인이 되며, 한국처럼 이미 매우 성공한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한국의 대응책을 묻자 “특정 파트너가 교역을 후퇴시키면 다른 파트너를 찾아 시장을 유지해야 한다”며 “시장이 좁아지면 연구개발(R&D)의 수익 기대가 줄어 혁신 유인이 약해진다”고 답했다. 치열하게 다른 교역국을 찾아야 하는 이유로 “국제무역 자체가 기술 이전의 중요한 경로”라며 “세계와 많이 교역할수록 성공이 입증된 기술을 더 빨리, 더 많이 학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고령화에 대해 개방성 유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하윗 교수는 “혁신이 반드시 자국 내부에서만 나오진 않는다”며 “학계·산업을 통한 국경 간 아이디어 흐름을 막지 않는 개방성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대학·연구소 협력을 비롯해 글로벌 R&D 네트워크, 이민·연구비자 등을 넓혀 인구 구조 제약을 ‘외부 지식 유입’으로 보완하라는 제언이다.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같은 날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노스웨스턴대에서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 언급했다. ‘기술 진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을 파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모키어 교수는 “혁신을 장기적 번영으로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이 질문이 한국에서 왔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고 운을 뗐다.

그는 “좋은 제도를 가지면 훨씬 잘살게 된다”며 “한국과 북한의 대비가 이걸 완벽히 증명한다”고 했다. 또한 “솔직히 한국의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는 건 좀 과하다”며 “한국은 1950년대엔 1인당 국민소득이 아주 낮았지만 지금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나라”라고 했다. 또한 한국의 경제 상황을 “기적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모키어 교수는 기술 혁신 측면에서도 한국의 기술 수준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과거 동독에서 생산된 트라반트는 형편없는 기술의 상징이었지만 한국은 잘 달리고 오래 가는 차를 이미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 해온 걸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키어 교수는 두 가지를 당부했다. 국경을 열어두고,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과 모범 사례를 계속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와 함께 저출생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저출생이 한국(경제)의 정체를 일으키는 거의 유일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키어 교수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보호무역주의 재등장 등 지정학적 문제가 함께 커지는 상황과 관련해 “지식의 자유로운 교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상품이나 서비스 같은 것도 자유롭게 교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단순히 국경만 여는 게 아니라 국민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언론이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고, 자유로운 선거가 보장되는 사회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그런 점에서 꽤 성공적인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인정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