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전(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의 갑작스러운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언급하면서 "2주 후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적었다. 또 대중 관세를 다시 대규모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이날 오후 "중국이 이처럼 유례없는 입장을 취한 사실에 근거하여, 그리고 중국의 위협을 동일하게 받은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만을 대표하여 밝힌다"면서 "2025년 11월 1일부터(또는 중국이 다른 행동이나 조치를 취할 경우 더 이른 시점부터) 미국은 현재 부과되고 있는 관세에 더해 중국에 대해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 "11월 1일부터 모든 중요 소프트웨어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미중 관세전쟁이 2차 갈등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오전에 올린 글에서 "중국에서 매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생산 요소에 대해 수출 통제를 부과하려 하며, 중국에서 제조되지 않은 품목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조치가 "본질적으로 시장을 '마비'시키고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 자신에게도 그렇다(어려움을 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조치가 갑작스레 일어났다면서 "지난 6개월간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좋았기에 이런 조치가 더욱 놀랍다"고 적었다. 또 "나는 언제나 그들이 기회를 노리고 기다리고 있다고 느꼈고, 이번에도 역시 내 예감이 옳았음이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이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일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그것이 오랫동안 그들의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자석과 기타 희토류 원소를 중국이 "조용히 대량으로 확보해 일종의 독점적 위치를 형성했다"면서 그는 이를 "분명히 음험하고 적대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또한 독점적인 위치를 여러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그 힘은 중국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 나는 그 힘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기에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다-지금까지는!"이라고 과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낸 서한의 내용을 “수 페이지에 걸쳐 세부적으로 작성된 매우 구체적인 수출 제한 명단”으로 묘사하고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시진핑 주석과 통화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나뿐 아니라 자유 세계 모든 지도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면서 APEC에서 시 주석을 만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자신이 가자 전쟁을 끝낸 날에 이런 수출통제 조치가 발표된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부적절한 것은 이 서한이 발송된 날이 3000년 간의 혼란과 전쟁 끝에 중동 지역에 평화가 찾아온 날이었다는 점"이라면서 "중국이 이번 적대적 '명령'에 대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들의 행동에 대한 재정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이 독점적으로 확보한 모든 원소에 대해 미국은 두 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따를 수 있으나, 결국 이는 미국에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현재 검토 중인 정책 중 하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이라고 언급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대응 조치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중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광물 제재가 아니라 AI·반도체·국방산업 전반을 겨냥한 정밀 제재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조치는 단순히 중국 내에서 제조된 제품뿐 아니라, 중국산 원료나 기술이 사용된 역외 생산품까지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통제 대상으로 지정된 품목은 사마륨, 디스프로슘, 가돌리늄 등 7종의 희토류 원소를 비롯해 사마륨-코발트 합금, 산화 디스프로슘 등 이들 원소를 기반으로 한 합금과 산화물이다. 해당 품목을 해외로 수출하려면 ‘이중 용도 물자 수출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의 'OK' 사인이 없이는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7종 희토류 명단 자체는 지난 4월 무역 분쟁 당시 발표됐던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외 생산품’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훨씬 강도가 높은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문구대로라면, 중국산 희토류가 함유된 해외 제조 자석·소재, 또는 중국의 채굴·정제·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도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엄정하게 규칙을 따른다면 중국 기업들조차 상당한 행정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수준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 정제 과정의 90%, 자석 제조의 9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마륨은 고온에서도 강력한 자성을 유지해 전투기 제트 엔진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F-35 전투기 한 대당 약 25킬로그램의 사마륨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이번 조치에는 군사용만이 아니라 첨단 산업 분야까지 포함됐다. 중국은 14나노미터 이하 시스템 반도체, 256층 이상 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제조·테스트 장비, 인공지능 연구개발용 희토류 등을 개별 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한 공업용 다이아몬드, 희토류 제련 설비, 홀뮴·어븀·툴륨 등 중희토류, 리튬 배터리와 인조 흑연 음극재까지 수출 통제 품목을 확대했다.
미국은 최근 희토류 광산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는 등 글로벌 공급사슬을 독립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지만, 이런 과정에는 최소한 몇 년이 필요하다. 영구자석을 생산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의 희토류 광산 MP머티리얼즈가 현재 짓고 있는 '10X 퍼실리티' 생산물량은 2028년부터 인도가 가능하다.
오는 10월29일로 예정되었던 두 사람의 정상회담 직전까지 양측이 서로 치열하게 합을 주고받는 과정일 가능성이 있다. 막판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일단 11월1일 100% 관세 부과라는 새로운 기준을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이상, 입장 차를 해소하고 정상회담이 성사되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가능한 한 시 주석과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뚜렷이 드러냈다. 그는 지난 4월 관세전쟁 국면에서는 SNS에 1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지만, 이때부터도 높은 관세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 이후 낮추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짧은 기간의 100% 이상 초고세율 관세 구간을 지나 현재는 기존 관세 대비 추가 관세율 30%(10% 기본관세+20% 펜타닐 관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의 대미 추가관세율은 펜타닐 관세를 제외한 10%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율 55%를 언급한 적도 있으나 이는 현재 유예중 (11월10일까지)인 상호관세(34%)가 아니라 트럼프 정부 출범 당시에 적용되고 있던 기존의 여러 관세율을 집계한 수치에 기본관세와 펜타닐 관세 등 추가관세 30%를 더한 값으로 해석된다.
이후에도 미중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다른 정책 우선순위를 변경하거나, 중국에만 예외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9월 중국이 대대적인 전승절 열병식을 개최하면서 러시아 및 북한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미국을 언급하지 않아 놀랐다"는 수준의 코멘트에 머문 점, 미국 대두 수입 중단을 풀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조치를 더 이상 하지 않은 점 등이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와 유럽을 압박하면서도 핵심 수입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으로 보였다. 미국은 인도에 대해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근거로 관세 50%를 부과하고 있는 중이다.
국방부와 백악관이 대중 억지전략에 관해 서로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경향도 관찰된다. J 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또 국방부 내 주요 전략가들은 대체로 대중 매파 성향으로 중국에 대한 억지력 확보를 미국의 핵심 과제로 여긴다. 이를 위한 비용 지출도 동맹에게 분담을 요구할 지언정, 지출을 아껴서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 성향의 백악관 관계자들 중에서는 국방비의 대규모 지출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관계 조율을 위해 대외적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을 자제하는 기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쉽게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열병식으로 세를 과시한 데 이어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이 대목에서 발표한 것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확인하고 정상회담의 레버리지로 삼기 위한 전략적인 결정이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듯이,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생각인지를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처음에는 대중 고율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했으나, 이후 100% 관세를 11월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34% 수준이던 상호관세율을 100%로 올려서 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2주간 미중 양국 간에 물밑에서 깊은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지난 4~5월 1차 관세전쟁 때처럼 양측이 쉽게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시 양측은 유럽에서 재무부 고위 관료 간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추고 수출통제를 제한적으로 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중국 측은 중국이 가진 카드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2기 정부 대중 추가관세 현황>
상호관세 1 (34%) / 유예 중(~11월10일까지)
상호관세 2 (100%) / 위협(11월1일부터 적용 발표)
펜타닐 관세 (20%) / 적용 중
러시아 원유 수입 세컨더리 관세 (50~100%) / 위협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 세컨더리 관세 (25%) / 위협
자료: 리드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