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對美 관세 납부 추산
포스코 등 내년 1조 이상 낼수도
美 수출 하반기 9% 감소할 듯
EU까지 50% 인상으로 치명타
내수 부진에 무역 빗장 이중고
"빠른 협상으로 기업부담 줄여야"
미국이 수입 철강제품 관세율을 50%로 높이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올해만 4000억원의 관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최대 철강 수출국인 유럽연합(EU)도 50%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내년에는 두 회사가 내는 관세가 1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두 회사의 철강 부문 순이익(9016억원)보다 큰 금액인 만큼 주요 철강사가 적자 늪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9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에서 받은 관세 납부액 자료에 따르면 양사는 올해 2억8100만달러(약 3990억원)의 관세를 낼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 지난해까지 미국 수출 물량을 연 263만t으로 제한하는 대신 관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두 회사의 관세 금액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0%→25%→50%로 순차적으로 올리면서 급증했다.
양사는 관세율 25%가 적용된 지난 3~5월 총 5700만달러(약 810억원)의 관세를 냈다. 관세율 50%가 적용된 6~8월엔 이 금액이 9050만달러(약 1287억원)로 58.8% 늘었다. 두 회사는 9~12월에는 총 1억3400만달러(약 1905억원)의 관세를 추가로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세 인상으로 철강 수출은 급감했다. 1~8월 대미 철강 수출량은 173만t(21억40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25%의 관세를 매긴 5월까지는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상승해 그럭저럭 버텼지만, 관세가 50%로 오른 후 7월부터 수출이 급감했다. 한국철강협회는 관세 인상 여파로 하반기 수출이 올 상반기 대비 9%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지난 7일 EU가 발표한 새 관세 정책도 국내 철강업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EU는 철강 수입 무관세 쿼터 총량(한국 263만t)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국가별 쿼터 초과 물량에 기존 관세율의 두 배 수준인 최대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EU는 한국 철강회사의 최대 수출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EU 철강 수출은 44억8000만달러 규모로 미국(43억5000만달러)보다 많았다.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 강판과 고급 가전용 외판재 등이 주력 수출 품목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내수 부진에 이어 미국, EU마저 빗장을 걸어 잠그며 국내 철강업계는 이중고에 빠졌다.
미국에 이어 EU도 관세율을 높이면서 내년부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내야 하는 관세는 연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년 내내 50% 관세를 내면 미국 관세 부담액만 연 6000억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 관세까지 내면 한국 철강업체는 벼랑 끝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50% 관세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계에 EU의 관세 계획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정부는 반미 기조에 기대며 무작정 버틸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관세 협상에 나서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