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 상당수는 무급휴직에 들어갔습니다. 필수인력으로 분류된 경우에는 급여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다시 말해 돈을 받지 않고도 업무를 지속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항 및 항공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항공청의 경우 4만여명의 직원 중 1만1000 명은 일시 휴직하지만, 관제사와 보안요원은 필수인력으로 분류돼 업무를 이어갑니다. 일은 하지만 급여는 나오지 않습니다. 기간이 며칠 정도로 짧을 때에는 대체로 큰 문제가 없지만, 1주일 이상 셧다운이 이어지면 이들도 월세 등을 지불하기 위해 다른 업무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병가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급증합니다.
2018년에는 이런 이유로 공항 검색대가 지나치게 붐비고 세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등 혼란이 컸습니다. 렌터카나 항공, 호텔업계 같은 여행는 셧다운이 길어지면 1주일에 10억 달러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무급으로 일한 경우에는 이후 셧다운이 해소되고 나서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부분이 명확치 않았으나, 2018~2019년의 셧다운이 35일에 달해 혼란도 크고 무급 업무에 대한 불만도 커졌던 탓에 당시에 관련 규정을 정비해서 사후에라도 지급하도록 바뀌었습니다. 다만 업무를 하지 못한 공무원의 경우에는 해당 기간 급여를 다시 지급하지 않습니다. 저축이 없고 지출이 당장 필요한 경우에는 셧다운 기간이 길어지면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워싱턴DC에서는 연방정부 공무원 활동이 중단되면서 갑자기 파리를 날리게 된 식당가에서는 고객을 더 모으기 위해 가격을 낮춘 '셧다운 스페셜' 메뉴를 즉각 내놓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의회의사당이 있는 캐피톨 힐의 '배럴'은 하루 종일 '언해피 아워(할인을 제공하는 해피아워를 비튼 표현)' 특가로 버번 칵테일을 10달러에, 맥주를 6달러에 팝니다. 캐피톨 힐에 있는 '유니언 펍'은 맥주를 3달러에, 맥주와 핫도그 콤보를 7달러에 팔기로 했고, 이탈리아 레스토랑 카민스는 하루 종일 해피아워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미트볼슬라이더를 5달러에, 프로즌 칵테일을 8달러에 제공합니다.
연방정부 공무원에게 위로성 특별 혜택을 주겠다는 업체들도 많습니다. 워싱턴DC에서 흔히 보이는 커피 체인인 컴퍼스커피는 전 지점에서 공무원 신분증 소지자에게 음료를 구매하면 페이스트리를 무료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타코 밤바는 연방 공무원이 타코 1개를 사면 하나 더 얹어줍니다. 버지니아 알링턴의 유메스시와 조지타운의 교진, 림탕은 연방 공무원에게 20% 할인(해피아워 제외)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공연장도 셧다운 스페셜 행사에 발빠르게 합류했는데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국제스파이뮤지엄과 성경 박물관, 필립스 컬렉션은 연방 공무원에게 입장료를 절반만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에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소폭 하락세입니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98.5 수준이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97.7 선으로 내려왔습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금값은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3900달러를 넘기도 했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미국 달러에 대한 불신을 반영해 4.16%까지 올라갔다가 현재는 4.1%대로 안정되는 분위기입니다.
증시는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경제 불확실성은 커졌습니다. 이번 주 발표 예정이던 9월 고용보고서와 15일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들은 경제 흐름을 가늠할 지표 없이 움직여야 해 시장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셧다운의 배경에는 저소득층에게 의료보험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오바마케어(ACA)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저소득층 의료 지원이 끊긴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불법 이민자들이 주로 혜택을 보는 것을 없애는 게 무슨 문제냐고 맞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정부 폐쇄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이미 30만명 가량의 연방정부 공무원을 해고한 트럼프 정부는 이번 셧다운을 계기로 추가 해고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증시는 환호했지만, 그 뒤에는 연방정부 공무원에 대한 해고가 늘어나고 돈을 주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중앙은행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다소 비정한 논리가 숨어 있는 셈입니다.
일단 미국 의회는 어제에 이어 이르면 오는 3일 임시예산안을 다시 상정해서 투표에 부칠 계획입니다. 특히 공화당은 이런 전략을 쓰면 셧다운이 민주당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협의에 진전이 없는 한,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각종 정책이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되는 데 대한 반발감이 매우 큽니다. 앞서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이 예산조정 절차라는 약간의 우회로를 이용해서 민주당의 전원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에 성공한 데 대한 불만도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60표를 요구하는 이번 셧다운 예산안에서 민주당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면, 앞으로도 민주당은 사실상 존재감을 잃는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것까지 밀리면 내년 중간선거에서도 질 수 있다는 겁니다.
공화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민주당에 여지를 주면, 내년 선거에서 이기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내 중도층이 있어서 서로 협의할 여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이런 중도 성향의 주요 인물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상대에게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당내 입지를 좁히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협치의 여지가 사라진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