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가스 속도전…"낡은 LNG 발전소 바꿀 땐 절반만 인정"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김리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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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6. 오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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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내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오래된 액화천연가스(LNG)화력발전소를 새로 지을 시에는 기존 설비 용량의 절반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정부의 '탈원전 시즌2'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원전뿐 아니라 가스까지 퇴출 속도를 높이면 전력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전 공기업 5사에 "30년 설계 수명이 지난 노후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개체할 경우 기존 용량의 절반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1000메가와트(MW) 규모의 노후 설비인 경우 500MW 규모로 새로 지으라는 얘기다. 해당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실이 환경부로 이관돼 지난 1일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재편됨에 따라 기후부가 담당하게 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총 36기의 LNG발전소가 '노후'한 것으로 분류돼 있다. 설비 용량 기준으로는 13.9기가와트(GW) 가량이다. 이 가운데 약 7GW를 LNG가 아닌 다른 발전원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발전 공기업의 반발을 감안해 업계 의견을 다시 모으기로 했지만, 기본 취지는 가스발전소의 퇴출 속도를 높이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검토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결국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낡았다'는 명분을 내세워 LNG발전소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11차 전기본에 확정 반영된 신규 원전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공론화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원전과 LNG를 대신할 발전원은 재생에너지뿐이라는 점에서다.

발전 업계에서는 당장은 정부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공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적용하려 하지만, SK나 포스코 등 민간 LNG 발전사들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민간 발전사들도 발전사업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연간 설비 이용률이 15~20%인 낡은 LNG 발전소의 설비 용량 7GW를 태양광으로 모두 대체할 경우, 한국전력이 부담해야 할 전력구매비가 매년 최대 2000억원 늘어난다는 계산도 나온다. 향후 도매전력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등의 전망치를 반영하지 않은 단순 추정치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낡은 LNG 발전소는 평소에는 이용률이 높지 않지만, 전력 수요가 몰릴 때는 꼭 필요한 '피크 대응' 전원"이라며 "만약 정부가 현재 총 45GW에 달하는 LNG발전소를 모두 태양광으로 바꿀 경우엔 연간 4조원에 달하는 추가 전력구매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곧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밝힌 '절반 축소' 논의가 단순히 탈가스에 방점을 찍을 게 아니라 오래된 발전소를 어떻게 퇴출시킬지에 대한 합리적 제도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성급한 탈가스는 전력 수급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오래된 발전기들이 전력시장에서 용량요금만으로 장사를 하는 현행 구조를 손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용량요금은 발전소가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준비 상태’를 유지하는 대가로 한전에서 매달 지급하는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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