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주목받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키워드는 사회(S)다. 새 정부 들어 중대재해 처벌, 근로시간 단축, 청년 고용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사회 부문에는 산업재해나 안전, 다양성 등 여러 요소가 존재한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나 여성 경제인구 증가 등도 모두 S의 영역이다. 존재감이 높아진 S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이제 선택이 아닌 투자 판단 기준”
삼성증권은 지난 9월 〈ESG 투자 트렌드 시리즈〉라는 보고서를 시작하면서 그 첫 편으로 ‘사회 요인의 재무적 영향과 투자기회’라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새 정부 정책 기조로 인해 중대재해, 노동자 권리, 공급망, 주주 같은 사회 이슈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보고서의 주제를 ‘사회’로 정한 이유다.
손서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회 부문은 산업재해, 제품 안전, 다양성, 인권, 임직원, 지역사회, 정보 보안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그동안 사회 부문에서 산업재해가 기업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였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재택근무 증가로 인한 일과 삶의 균형, 소득 격차, 보건·안전, 인적자본, 지역사회, 성별 다양성 등의 이슈로 관심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 역시 “E 중심으로 전개되던 ESG 담론에서 S의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며 “S 부문의 규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사회 부문은 이제 기업이 선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 법제화와 투자 판단의 기준선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 연구원은 “지속가능성, 다양성, 사회적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로의 부의 이동과 노동력 집중,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와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가는 금융시장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분석할 것을 요구하며, 다양한 금융상품을 도입하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중대재해는 ESG 평가 체계에서 S 부문 기준이 여전히 미비하다는 점을 보여주며, 동시에 S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부각한다고 보았다. ESG 지표에서 사회 부문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실제 사회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일수록 주가가 오르거나 하락률이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S 스코어 상위 그룹의 주가 급락 비율은 5.2%로, 하위 그룹 22.5% 절반 이후 수준을 기록했다. 백 연구원은 “사회 부문은 부차적 요소가 아닌 기업의 운영 능력,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사회 항목 중에서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 대한 기업의 책무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존재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미국 나스닥에서 2021년부터 이사회 내 최소 한 명의 여성 및 소수자 인사 포함을 요구하는 규정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구체적 사유 공개를 의무화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또한 ‘사회적 정보공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정책 개편을 추진하며, ‘S’ 리스크는 도덕적 기준에서 투자 리스크까지 영향력이 커졌다.
대세 S를 품은 투자상품은
결국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기업은 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힘든 세상이 됐다. 도이치뱅크는 다양한 업종의 1063개사를 바탕으로 2002년에서 2016년까지 평균 재무 성과를 E, S, G 점수와 비교했다. 그 결과 사회 요소가 총위험, 체계적 위험, 개별 위험을 골고루 감소시키며 사회 요소만이 체계적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결국 사회 부문에 대한 전략적 대응 역량은 단순한 윤리적 기준을 넘어 시장 신뢰를 획득하는 브랜드 자산이자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를 투자 포인트로 삼은 다양한 상품도 출시됐다. 하버 인적자본지수 미국 대형주 ETF는 CIBC와 이레셔널 캐피털이 공동개발한 인적자본 지수(HCI)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강력한 인적자본 점수를 보유한 시가총액이 큰 미국 기업에 대한 높은 익스포저를 지니고 있다.
HCI는 문화적 요인과 같은 전통적 재무 지표가 포착하지 못하는 무형의 가치를 반영한다. UBS ETF 글로벌 성평등(gender eqlty) USD A Acc는 ‘솔라액티브 이퀼립 글로벌 성평등 100 리더스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기업 내 평등한 인사 구조, 동등한 보상, 성평등 촉진 정책 등을 기준으로 기업을 추려내 이를 지수화했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고령화 대응 산업에 투자하는 ETF도 최근 출시됐다. ‘TIMEFOLIO 글로벌안티에이징바이오 액티브’ ETF는 비만, 암, 치매, 당뇨, 의료 인공지능(AI) 등 성장세가 뚜렷한 고령화 수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다. 2050년이 되면 이 비중이 25%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사회 점수를 기준으로 한 KRX의 사회책임경영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도 눈길을 끈다. 도박, 담배, 주류, 군수산업 관련 매출 비중이 20% 미만인 기업을 배제하는 1차 스크리닝을 하고, 최근 3개년 사회 점수 평균이 높은 순서로 100종목을 선정(코스피 상위 70개사, 코스닥 상위 30개사), 추가적으로 심사 연도의 사회 점수 순위가 높은 순서로 20종목을 선정한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RIS ESG 사회책임투자 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26%를 돌파했다.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