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대사관에 전담데스크
새 비자 카테고리 신설은 미지수
기업 "급한불 껐지만 여전히 불안"
한국과 미국이 전자여행허가(ESTA)도 미국에서 단기 상용(B-1) 비자 소지자와 같은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을 해석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 기업인 구금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한·미 협의에서다. 근로의 성격에 따라 허용 여부가 불명확한 사례는 차후 회의를 거쳐 협의하기로 했다. 근본적인 대책인 한국인 전용 취업 비자 의회 입법 등은 이번 합의와 별개의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비자 워킹그룹 1차 회의를 열고 미국 비자제도 개선 등 대미 투자 기업인의 출입국 원활화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B-1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기업인이 현지 투자에 수반되는 구매 장비의 설치, 점검, 보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ESTA 입국자도 B-1 비자 소지자와 동일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ESTA가 B-1 비자에 준한다고 봤지만, 주한미국대사관은 기업 출장자에게 가급적 B-1 비자를 받으라고 안내하는 등 해석이 엇갈렸다. 지난달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ESTA를 관광 비자로 간주해 업무를 불문하고 ESTA 입국자를 구금했다.
다만 기업들의 불안감이 100%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B-1 비자 출장자의 업무가 규정상 활동 범위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장비를 설치할 때 벽을 일부 조정하거나 칸막이를 세우는 등 행위도 ‘건설’로 분류돼 불법이다. 장비 시험 가동과 수율 안정화 기간에 근로한 기술자도 불법 취업자로 취급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조지아주 단속에서 B-1·B-2(관광 통과) 비자 소지자도 146명 구금됐다. 현장 단속 요원들은 B-1 비자 소지 근로자도 업무 허용 범위를 넘었다고 판단되면 모두 연행했다.
양국은 향후 미국 공항 입국 수속, 지방정부 등에서 기업인의 입국 차질 여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워킹그룹을 지속 가동해 ESTA와 B-1 비자 입국자의 활동 범위를 더 명확히 할 방침이다. 이달 대미 투자 한국 기업의 비자 문제 관련 소통 창구인 전담 데스크를 주한미국대사관에 설치하는 데도 합의했다.
근본 해결책인 한국인 전용 취업 비자 확보 등은 장기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호주가 1만500개의 전문직(E-3) 비자 정원을 확보한 것과 비슷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날 미국 대표단은 한국의 제도 개선 요청에 “현실적인 입법 제약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과제”라며 “가능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취업 비자는 의회 권한인 만큼 워킹그룹 논의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반이민 정서를 감안하면 취업 비자 확보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외교 등 고위 채널을 통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