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민주 예산 합의 불발…美정부 '셧다운' 초읽기

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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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01. 오전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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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의회 처리 '데드라인'
공무원 무더기 휴직 위기

민주 vs 공화 예산안 갈등
공화, 상원 통과위해 7표 더 필요
민주당선 '오바마 케어' 연장 요구
고용데이터 등 발표 중단될 수도

합의 지연되자 시장 '긴장감'
달러화 지위 의구심·물가 우려에
금값, 사상 첫 3800달러선 돌파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다. 미 동부시간 기준 10월 1일 0시(한국시간 1일 오후 1시)까지 상·하원이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셧다운이 시작된다.

미국 민주·공화당 지도부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합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대표를 백악관에서 만났다.

민주당은 공공 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 보조금이 올해 말 지급 종료되는 것을 두고 이를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 예산안 통과 문턱인 상원 60표를 얻기 위해서는 공화당 의원(53명)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 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지난여름 삭감된 공영방송 지원 복원과 의회 및 연방법원 보안예산 추가도 요구하고 있다.

합의가 지연되자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셧다운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3800달러를 넘어서 3826.85달러까지 치솟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도 전날보다 1.2% 오른 트로이온스당 3855.20달러로 마감했다. 37조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부채와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 미국의 정책 변경에 따른 달러화의 준비자산 지위 등에 대한 의문이 금값을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 다만 10년 만기 미 국채 가격은 지난주 셧다운 우려가 선반영돼 이날은 미미한 상승세를 보였다.미국 연방정부가 차기 회계연도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않아 셧다운을 겪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대부분은 하루 이틀 사이에 마무리됐지만 1~2주가량 정부가 멈춘 때도 수차례 있었다. 가장 마지막 셧다운은 2019년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일어났다. 무려 35일 동안 연방정부 운영이 중단돼 최장기 셧다운으로 기록됐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시장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았다. 일종의 ‘정치적 치킨게임’일 뿐 궁극적으로 해소되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좀 다르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셧다운까지 불과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부처가 발표한 대응 계획 중에는 고용데이터 생산 중단 등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로이터통신은 “9월 고용보고서를 비롯해 8월 건설과 무역 관련 데이터 등 주요 통계가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셧다운 시 활동 중단 대상으로 지정됐다.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도 대부분 서비스를 중단한다. 10월 30일 발표될 예정인 3분기 국내총생산(GDP) 추정치 발표 시점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매주 발표되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 이런 지표에 기반해 판단하는 금융 분야에서는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이 발생하면 연방정부 공무원을 추가로 해고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연방정부 공무원 약 30만 명을 해고했다. 추가 해고는 최근 식어가는 미국 고용시장을 더 빠르게 냉각시킬 수 있다.

10월 1일 0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양당은 제각기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단기 임시 예산안을 들고나와 서로 상대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10월 31일까지, 공화당은 11월 21일까지 현 수준의 예산을 연장하는 임시안을 가지고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 내에 분명히 ‘싸우자’는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양당이 막판에 극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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