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서금회' 문재인 '부금회'
정권 바뀔때마다 특정 학연 부상
박상진 산은 회장 깜짝 발탁 이어
금융권 요직 잇단 진출 기대 커져
금융·경제인 카톡 단체방 '활기'
진옥동·이용성·이채원·한은섭…
전현직 인사들 행보에 관심 커져
지나친 노출 경계하는 분위기도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중앙대 출신 경제·금융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중앙대 법대 출신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이 깜짝 발탁되면서 이 대통령 모교인 중앙대 출신 인사들이 들썩이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중앙대 출신 인사가 요직에 진출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최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모임에는 박 회장을 비롯해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중앙대 법대 82학번으로 이 대통령과 동기다. 중앙대 경영학부 86학번인 김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이 모임에는 중앙대 법대 출신인 전 국책은행 인사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또 다른 모임에는 현직 금융권 고위 관계자가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중앙대 경제·금융 인맥을 한데 모으는 인물로는 중앙대 출신 시민단체 대표 A씨가 꼽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에서는 특정 학연이 부각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려대 금융인 모임 ‘고금회’와 박근혜 정부 시절 서강대 금융인 모임 ‘서금회’, 성균관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성금회’ 등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부산·영남권 대학 출신 ‘부금회’(부산금융인회)가 주목받았다. 당시 이들 모임 소속 인사가 요직에 오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임의 영향력도 커지면서 인사와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했다.
이번에는 ‘중금회’(가칭)가 가동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은 검정고시 출신이어서 중앙대가 유일한 학연이라 모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중앙대 인맥이 세를 넓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인사가 모임 이름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으나 “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아직 별도 이름을 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 출신 현직 주요 인사로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있다. 덕수상고를 나온 진 회장은 방송통신대를 졸업한 뒤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진 회장은 이 대통령 주재 행사에 빠지지 않고 초대받아 눈길을 끌었다.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 이용성 원익투자파트너스 대표,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 한은섭 삼정회계법인 부회장, 함석호 리딩에이스캐피탈 부회장 등도 중앙대를 졸업했다.
은행권에서는 전종수 신한은행 준법감시인, 박종인 우리은행 개인그룹 부행장, 김경남 KB금융지주 ESG상생본부장, 이종민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서중근 하나금융 글로벌본부장, 이영준 하나은행 여신그룹장 등이 중앙대를 졸업했다. 중앙대 출신 전직 경제·금융권 인사도 상당하다. 김광성 전 한화63시티 대표, 민병현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이 있다.
중앙대 인맥이 빠르게 뭉치고 있지만, 동시에 노출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중앙대 경제·금융인 카톡방에서 조용히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모임이 드러나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 대학 출신 인맥이 영향력을 미쳐 왔다”며 “중앙대 출신 인사들이 이번에도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중앙대 출신이 금융권 요직을 선점하기 위해 명단을 만든다는 소문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