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경고에도 해군 정부구매카드 상습 분할결제
국고금관리법·해군본부 지침 위반
업체 단말기 무단 반입해 '셀프결제'도
육군·공군·해병대는 시정..해군만 '無반성'
부승찬 "기본 원칙조차 어겨..시정돼야"
[파이낸셜뉴스] #2018년 11월 12일, 해병대1사단 포항체력단련장은 '페어웨이 잔디깎이 수리교체'를 위해 정부구매카드로 543만원을 결제했다. 297만2000원, 245만8000원씩 총 두 번에 걸쳐 분할 결제한 것이다. 이들은 2017년 5월 30일 '보조원 하복(상하의, 모자 등)' 구매를 위해 1183만5000원을 3차례에 걸쳐 결제하기도 했다. 포항체력단련장에는 골프장이 구비돼 있다.
#2025년, 해군 군수사 보급창 급양대대는 업체가 갖고 있어야 할 카드단말기를 무단 반입해 보관 중이던 함정별 정부구매카드로 '셀프 결제'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7조)' 혐의를 받아 해군본부 감찰실로부터 해군수사단에 수사요청서가 제출된 상태다.
해군 산하 기관들이 최근 5년간 정부구매카드를 상습적으로 '편법 결제'해 법령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부터 감사에서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여전히 이를 시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이 혈세 사용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군 산하 기관들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상습적으로 정부구매카드를 '분할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구매카드란 효율적이고 투명한 국가 재정관리를 위해 국가 기관이 업무 관련 지출에 사용하는 카드다. 국고금관리법과 해군본부 정부구매카드 운영지침에 따라 해당 카드로 지출할 수 있는 경비의 한도는 건당 500만원이다. 500만원 초과 시 계약체결을 통해 지출하도록 명시돼 있다.
육군과 공군은 2021~2024년 정부구매카드 분할 결제로 지적을 받은 사항이 없고, 해병대는 2024년부터 분할결제 내역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군의 2019~2024년 분할 결제와 관련한 처분요구서가 매년 제출됐다. △2020년 5527만원 △2021년 6586만원 △2022년 58억5366만원 △2023년 4389만원 △2024년 1억6779만원 규모의 분할 결제 내역이 적발됐다.
혈세를 투입하는 국가 기관들에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분할 결제가 편법인 만큼 투명한 행정을 가로막는 잘못된 관행"이라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기관이 있다면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관행을 없애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부승찬 의원은 "수년간 반복된 감사 지적에도 국고금 관리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는 해군의 내부 통제시스템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