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마성영 판사)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33)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1일당 10만원의 비율로 노역장에 유치되며, 벌금의 상당액을 미리 납부하도록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에서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익명의 아이디로접속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시원서울 한잔"이라는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문장은 필로폰을 '시원한 술'로 지칭하며 투약 행위를 은유한 표현으로, 투약 방법과 양을 암시한 것으로 판단됐다. 수사기관은 채팅방 캡처 자료와 피의자 진술을 확보해 A씨가 마약류 투약 정보를 전기통신망을 통해 유포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A씨는 재판에서 "단순히 술을 마시자는 뜻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 판사는 "피고인이 수사 과정에서 '시원한 술'이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임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대화 내용 전체를 보면 단순한 음주 제안으로 보이지 않고, 마약류 투약을 암시하는 행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2월 서부지법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올해 4월 확정됐다. 법원은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게시글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마약류 관리법이 금지하는 전기통신을 통한 투약 정보 유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