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 시장 '몸집 불리기' 계속…곰탕 등 프리미엄 수요도
전문가 "가정 내 식탁이 공장으로 넘어가는 흐름"…시장 의존도 커져
[파이낸셜뉴스] 혼인율 저하와 1인가구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등으로 '주부 없는 주방'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가족 단위의 식문화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주방의 자리를 대신하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고성장을 이어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혼인율은 지난 2015년 대비 3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은 32.7% 증가해 36.1%를 차지했다. 이처럼 가족이 다함께 모여 식사를 준비하는 밥상문화가 사라지면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특히, 유통채널마다 HMR 판매량이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올해 7월 한 달 간 간편식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30% 늘면서 최근 5년(2021~2025년)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고물가 기조 속 외식물가 부담이 커지며 집밥 수요가 되살아났지만, 실제 조리보다는 조리 간편성을 갖춘 가공음식이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다. 특히 곰탕, 삼계탕 등 조리를 위한 시간과 정성이 많이 투입되는 제품군의 매출은 전년 대비 2배가량 급증했다. '정성스럽게 끓여야 하는 음식'이었던 보양식조차 이제는 냉동팩 형태로 소비되는 것이 대중화된 셈이다.
집밥의 상징인 명절 식탁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추석 행사 기간 간편식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갈비·전·잡채 등 기존에는 가족이 모여 함께 요리하던 '명절 반찬' 수요가 간편식으로 대체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평균 판매가도 30% 높아졌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도 간편식 중심의 구조 변화가 뚜렷하다. 롯데마트의 경우 냉동 간편식은 최근 4년간 연평균 5~20%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간편식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단기 저장용 냉장 제품보다 유통기한이 길고 품질이 안정된 냉동 제품으로 소비가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이마트 역시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9월 간편식 매출이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추석 연휴 기간이 길었던 만큼, 미리 간편식을 구매해 두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식문화 변화에 따라 간편식을 장기적인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하반기 냉동 간편식 특화 매장 '데일리 밀 솔루션'을 선보였으며 현재 35개 매장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간편식 자체 브랜드(PB) 비중도 키우고 있다. 주부 수요가 높은 홈쇼핑 업계에서는 무항생제 한우곰탕, 유명 맛집 협업 제품 등 '프리미엄 간편식'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간편식 시장의 성장 이면에는 요리·식탁 문화의 해체라는 그늘도 함께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밀키트와 간편식이 대중화되면서 가정에서도 번거로운 조리 대신 '확실히 맛이 보장된' 간편식을 택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이처럼 가사노동이 상품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가정 밥상의 '시장 의존성'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